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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적’을 줄여 쓰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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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최근 들어 많이 쓰이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적’이다. “어려워진 수능에다 복잡한 전형 때문에 마음적으로 몸적으로 너무 힘들다” “몸적으로나 마음적으로 분수를 지켜야 한다” 등처럼 특히 ‘마음적’ ‘몸적’이란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말에서 ‘~적’이 사용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적(的)’은 본래 ‘~의’ 뜻으로 쓰는 중국어 토씨로, 일본 사람들이 쓰기 시작한 것을 우리가 따라 쓰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 메이지(明治) 시대 초기에 영어의 ‘-tic’을 번역하면서 처음으로 ‘~적’이란 말을 썼다고 한다. 영어의 ‘팬태스틱(fantastic)’을 ‘환상적’이라고 번역해 적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개화기 잡지나 소설에서 처음으로 ‘~적’이 등장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이렇게 해서 두루 쓰이게 된 ‘~적’이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니 사용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다. 이미 오랫동안 써온 것으로 우리말의 일부분이 됐고 효용가치도 있으므로 적절하게 사용하면 된다. 문제는 ‘~적’을 남용함으로써 어색한 말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부모님 말씀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따르고 있다” “인터넷은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없다”는 불필요하게 ‘~적’을 붙인 경우다. ‘무조건 따르고 있다’ ‘시간·공간(의) 제약이 없다’로 충분한 표현이다.

 “장난적인 답변은 사양합니다” “조화적인 색채 감각을 바탕으로 했다”에서는 ‘~스러운’ ‘~로운’ 등이 어울리는 자리에 ‘~적’을 사용한 것이다. ‘장난스러운 답변’ ‘조화로운 색채 감각’으로 하는 것이 낫다.

 ‘~적’은 특히 순우리말과 결합하면 어색해진다. “일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순우리말+적’ 구조인 ‘일적으로’는 아무래도 어설프다. ‘일 때문에’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서두에서 언급한 ‘마음적’ ‘몸적’도 마찬가지다. ‘정신적’ ‘육체적’이란 표현은 괜찮지만 ‘마음적’ ‘몸적’은 어색하다. “마음적으로 몸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마음으로 몸으로 너무 힘들다” 또는 “마음과 몸이 너무 힘들다”고 하면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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