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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전략을 세울까, 전술을 세울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해외 테러 방법이 진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선전매체나 동영상을 통해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선동하는 방식에서, IS가 직접 지령을 내리고 훈련된 요원과 외로운 늑대가 연합해 테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신문과 TV 뉴스 등에서는 “미국과 유럽 정보 당국이 IS가 해외 테러 전술/전략을 전면 수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프랑스와 미국·영국·독일·러시아 등은 IS를 격퇴하기 위한 전술/전략 협의에 참여해 다양한 전술/전략을 제시했다” 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전투나 전쟁에서 적을 이기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을 이야기할 때 ‘전략’과 ‘전술’을 쓴다. 그런데 이 둘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약간의 차이를 지니고 있어 ‘전략’과 ‘전술’을 정확히 구분해 사용한다면 국어의 고수라 할 만하다.

 ‘전략’은 전쟁을 전반적으로 이끌어 가는 방법이나 책략을 일컬으며, ‘전술’보다 상위의 개념이다. ‘전술’은 전쟁이나 전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기술과 방법을 가리키며,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전망을 갖는 ‘전략’의 하위 개념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전략’의 궁극적 목표가 전쟁에서의 승리라면 ‘전술’은 각각의 전투에서 이기기 위한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말한다.

 따라서 “전략은 전쟁의 승리를 가져오고, 전술은 전투의 승리를 가져온다” “북한은 핵무기를 앞세워 벼랑 끝 전술을 펴고 있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전략’은 이외에도 “마케팅팀에서 세운 판매 전략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남성복 A사는 환절기 전략 상품으로 불황 극복에 나섰다”처럼 정치·경제 등의 사회적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책략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정보당국이 IS가 해외 테러 전략을 전면 수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프랑스와 미국·영국·독일·러시아 등은 IS를 격퇴하기 위한 전략 협의에 참여해 다양한 전술을 제시했다”고 써야 정확한 문장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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