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리 대비하면 은퇴 뒤에도 월급 나오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기사 이미지

회사원 박모(45)씨는 지난해 말 월지급식 펀드에 가입해 5000만원을 넣었다. 국민연금만으론 노후 대비가 부족할 것 같아 내린 결정이다. 매월 받는 돈이 35만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생활비나 예금에 보태왔다. 하지만 지난 6월 후 증시가 급락하며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며 곤란을 겪고 있다. 박씨는 “원금 손실에 수수료까지 걱정”이라면서도 “20년 뒤를 대비한 투자라 환매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목돈 넣고 나눠 받는 월지급식 펀드
고령화 앞선 일본에선 65% 차지
원금 손실 날 수도 있어 신중해야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은퇴 후 받는 월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퇴직 후에도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다달이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월지급식’ 투자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게 ‘월지급식 펀드’다. 펀드가 일정금액을 적립해 투자한 뒤 한꺼번에 차익을 얻는다면 월지급식 펀드는 목돈을 넣고 이를 매달 나눠 받는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접한 일본에선 월지급식 펀드의 인기가 높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일본 펀드 전체 자산 113조 엔 중 74조 엔(65%)이 월지급식 펀드다. 한국은 전체 펀드 자금의 약 0.5% 정도에 불과하지만 상품 수가 2011년 6월 4개에서 지난달 32개(대표펀드 기준)로 크게 늘었다. 지급방식은 두 가지다. 분배형은 펀드운용 결과 발생한 이익만 매달 준다. 선택형은 펀드운용 결과와 관계 없이 정해진 분배금을 준다. 이로 인해 펀드 성과가 나쁘면 원금 일부를 떼어내 받을 수 있다.

 매매차익이 아닌 채권 이자나 주식 배당소득 등 일정수입(인컴)이 나오는 상품을 모은 인컴펀드도 있다. 증시 변동에 영향을 덜 받으며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특정 조건만 만족하면 정한 수익을 주는 ELS(주가연계증권)에도 월지급식이 있다. 일반 ELS가 만기(약 3년) 뒤 수익을 한꺼번에 주는데 반해 수익을 매달 가져간다.

 하지만 이들 상품 모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0일까지 월지급식 펀드의 최근 6개월 평균 수익률은 -2.70%이다. 인컴펀드도 지난 1년간 수익률이 -2.05%다.

 이제원 한국펀드평가 연구원은 “지난 6~9월 중국 증시 급락 등으로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며 “지난달 세계 경기 회복과 기업들의 배당 확대 등으로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월지급식 ELS도 일반 ELS처럼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원금을 잃을 수 있다.

 원금을 지키고 싶다면 보험과 은행 상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즉시연금(보험)’은 일반 연금과 달리 목돈을 맡기면 가입과 동시에 다음달부터 매달 이를 나눠 연금을 지급한다. 은행의 ‘원리금분할 지급예금’ 역시 원금과 이자를 만기에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매달 균등하게 쪼개 지급한다. 하지만 두 상품은 수익률이 시중금리 수준이라 은퇴 전에 모아둔 목돈이 없다면 매달 큰 수익을 받기 어렵다. 내년에 시행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도 월지급식 방식이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ISA 계좌에서 얻은 수익을 매달 쪼개 받으면 20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 세율을 9.9%에서 5.5%로 낮춰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오재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도 곧 ELS나 인컴펀드 등 월지급식 상품이 급성장할 것”이라며 “하지만 월지급식 상품도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각 상품의 특성을 파악해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