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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은 불공평한 고비용 음서제” “사시는 96%를 낙방자 만드는 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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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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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左), 김정욱(右)

사법시험 유지 여부를 놓고 ‘금수저·흙수저’ 논쟁이 국회 안팎에서 벌어졌다. 2017년 폐지되는 사법시험을 존치시키기 위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국회는 18일 공청회를 열었다.

국회 사법시험 존폐 공청회
‘금수저·흙수저’ 논쟁 벌어져

 이 자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은 ‘고비용 음서제(蔭敍制·고려와 조선에서 고급 관리의 자손을 과거시험 없이 채용했던 제도)’”라며 “졸업 후 취업 과정까지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있다”고 사시 존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토론자로 나온 김정욱 한국법조인협회 회장은 “사법시험은 3% 내외의 합격률로 96%가 넘는 낙방자와 가족을 방황하게 만든 시험”이라며 폐지를 주장했다. “로스쿨의 장학금 비율(37%)을 고려하면 실제 등록금은 890만~900만원 초반으로 일반 대학원과 비슷하고, 재학생 중 20%는 연소득 2600만원 이하”라고도 했다.

 그러나 나승철 변호사는 “합격률 3%가 문제라면 합격률이 1.7%인 서울시공무원 시험도 폐지해야 하느냐”며 “사시가 없으면 2000만 명의 고졸과 전문대 출신은 법조인이 될 기회를 잃게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사시는 취약 계층의 ‘희망의 사다리’가 아니라 ‘희망의 덫’”이라며 “(고시촌인) 신림동 발전에만 도움을 주는 사시와 달리 로스쿨은 다양한 대학과 전공자가 진입해 지역 발전에 기여한다”고 받아쳤다. 하지만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로스쿨생의 90%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으로 사시의 (세 대학 출신 합격자의) 3.3배”라며 “약자의 패자부활전인 사시와 달리 로스쿨은 (고위층의) ‘전화 한 방’이나 ‘로또 한 방’”이라고 주장했다.

 공청회에서 법무부 측은 “(사시 폐지 여부에 대해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만 했다. 반면 로스쿨을 관할하는 교육부 측은 “사시는 법대로 폐지하고, 로스쿨을 통한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훈련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청회 직전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사시 존치를 촉구하는 6000여 명의 서명부를 이상민 위원장에게 제출했다. 하 회장은 “고시생과 변호사들이 국민 서명을 취합했다”며 “사법시험이 소득이 낮은 계층에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희망의 사다리’라는 데 국민도 공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국 25개 로스쿨 학생회장단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시 존치는 기득권 법조인들이 ‘법조 카르텔’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스쿨 재학생 1000여 명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로스쿨 재학생과 준비생 등 2만여 명이 7년 전 예고된 사시 폐지 법안을 믿고 로스쿨에 진학했거나 준비하고 있다”며 “법치국가로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고시생 모임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로스쿨은 돈스쿨’이란 비판을 의식해 집회에 ‘명품 가방 등의 착용을 자제하라’는 지침이 나돌았다”는 글 등이 올라왔다. 이에 로스쿨 학생회장단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강태화·백민정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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