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빚 상환부담’ 주요국 중 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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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의 60대 이상은 연간 버는 돈의 1.6배가 넘는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연령층 평균(1.3배)을 웃돈다.

소득 불안정한데 부채비율 161%
KDI “장기 분할상환 정착시켜야”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8일 ‘고령층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 보고서에서 “미국·독일·슬로베니아 등 16개국을 분석해 보니 한국은 60대 이상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전체 평균보다 유일하게 높은 국가”라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부채 충격이 발생했을 때 고령층을 중심으로 부정적 여파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한국 60대 이상 고령층의 연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1%였다. 1년6개월을 일해도 빚을 다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전체 연령층 평균은 128%였다. 재정위기를 겪은 그리스도 60대 이상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3%에 그쳤다. 미국 95%, 독일 37%, 프랑스 17%, 이탈리아 10% 등이었다.

 한국 전체 가계부채를 연령대별로 얼마나 차지하는지 조사했더니 50대가 33%로 1위였다. 한국 전체 가계부채가 100이라면 50대가 33의 빚이 있다는 뜻이다. 다음은 40대(30%), 30대(16%), 60대(15%) 순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40대(37%), 50대(30%), 30대(20%) 순서였다. 김 연구위원은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빚이 줄어드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과도한 사교육비와 낮은 저축 성향 탓에 은퇴 연령 전후로 오히려 부채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고령층을 중심으로 분할상환 방식의 대출 구조를 정착시키고 주택연금 같이 부동산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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