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다음달 지나면 굿바이 … 연말 절세 떠나는 막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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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30)씨는 최근 직장 상사로부터 “아직 재형저축에 가입하지 않았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직장 상사는 올해까지만 가입할 수 있는 비과세 상품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렇지 않아도 박씨는 연금저축 상품 투자금액이나 신용카드 사용액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올 초 연말정산 때 ‘13월의 월급’이라는 세액공제분을 거의 받지 못한 터였다. 상품 가입을 위해 은행에 간 박씨는 창구 직원으로부터 “소득공제가 되는 유일한 상품인 소득공제 장기펀드도 올해까지 밖에 가입할 수 없으니 검토해보라”는 말을 들었다. 박씨는 “절세형 상품의 종류가 너무 여러 가지인데다 혜택 역시 제각각이라 어떤 게 유리한지 따지기 어려웠다”며 “게다가 올해 말까지만 가입할 수 있다니 더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아직 늦지 않은 ‘13월의 플러스’
소장펀드, 연 5000만원 소득자 가입
올해 종료 … 최대 240만원 소득공제 혜택

 지난해 각종 소득공제 혜택이 세액공제로 바뀐 뒤 개인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면서 절세형 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특히 올해는 내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을 앞두고 없어지거나 혜택이 줄어드는 상품이 많다. 이들 상품은 올해가 가기 전에 미리 챙겨 가입해야 한다.

 내년에 없어지는 상품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건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다. 각종 소득공제 혜택이 없어진 상황에서 유일하게 소득공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품이다. 소득공제는 말 그대로 소득에서 일정액을 제외해준다는 뜻이다. 소득이 줄면 과표구간이 내려가면서 절세효과가 생긴다. 소장펀드는 연간 6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데, 이중 40% 즉, 240만원을 소득에서 제외해준다. 소득에서 240만원을 뺄 경우 과표구간이 달라진다면 꼭 가입해야 할 상품이다. 다만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연 5000만원 이하의 근로소득자만 가입할 수 있다. 내년에 ISA가 도입되면 가입한도(2000만원)에서 소장펀드 가입 금액은 제외된다. 소장펀드에 600만원을 넣었다면 ISA엔 1400만원만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장펀드는 연금저축계좌처럼 여러 개 펀드에 가입해서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옛 연금펀드처럼 수익률이 좋지 않은 펀드에 가입하고 있더라도 그냥 유지해야 한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러 상품에 가입하고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ISA가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 “소득공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인 만큼 가입할 수 있다면 소액이라도 일단 가입해두길 권한다”고 말했다.

 재형저축도 내년에 없어진다. 만 61세 이상 고령층만 가입할 수 있는 비과세 종합저축과 달리 젊은층이 가입할 수 있는 유일한 비과세 상품이다. 다만 소장펀드와 마찬가지로 소득 제한이 있다. 가입 대상은 연 5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나 3500만원 이하 사업소득자다. 분기당 300만원씩 연 12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재형저축은 펀드와 예금으로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소장펀드와 마찬가지로 계좌 안에서 여러 개의 상품을 바꿔가며 운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재형저축 가입금액을 제외하고 ISA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어야 한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내년부터 절세혜택이 줄어든다. 이 펀드의 절세혜택은 투자 수익을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분리과세한다는 점이다. 연 금융소득이 2000만원이 넘으면 초과분은 다른 소득과 합산해 세금을 내야 하는데, 여기에 해당하더라도 분리과세 하이일드 투자 수익은 분리과세한다. 연 금융소득이 2000만원이 넘는 고액자산가 사이에 인기가 많은 건 이 때문이다. 소장펀드·재형저축과 달리 소득 제한도 없다. 올해까지는 1인당 연 5000만원까지 분리과세 혜택이 주어지지만 내년부터는 3000만원으로 축소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9~15% 수준이다. 절세혜택에 수익률까지 높자 올 들어 1조원 이상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황윤아 제로인 연구원은 “신용등급 BBB+ 이하의 비우량 채권과 코스닥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 몰려 있는 코넥스 주식을 평균 30% 이상 투자해야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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