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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산책] 최고의 리바이벌 '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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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토니상 시상식에서 예상대로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가 작품상을 포함한 8개 부문을 휩쓸며 최고의 신작 뮤지컬임을 확인했다. '헤어 스프레이'의 작품상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다. 반면 이날 시상식 발표 순간까지 치열하게 경합한 분야는 리바이벌 뮤지컬이었다.

지난 시즌 브로드웨이는 신작 못지 않게 리바이벌 뮤지컬이 무더기로 개막됐다. 브라이언 스톡스 미첼이 열연한 '라만차의 사나이', 영화 물랭루즈의 바즈 루어만 감독이 연출한 '라보엠', 버나뎃 피터스를 내세운 '집시' 등의 쟁쟁한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리바이벌 뮤지컬 부문의 트로피를 거머쥔 작품은 바로 '나인(Nine)' 이다.

'나인'은 개막 초기만 해도 브로드웨이 무대에 처음 서는 안토니오 반데라스에 대한 기대보다는 전설의 여배우 치타 리베라가 조연으로 출연한다는 사실과 영국에서 초빙한 데이빗 레보의 모던한 연출이 더 큰 화제였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놀라운 연기와 노래 실력이 부각되면서 인기가 한층 더 올라갔다. 비록 영화배우로 먼저 알려졌지만 이미 스페인 국립극단 무대에서 쌓은 다년간의 경험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한 것이다.

조연으로 출연한 제인 크라코스키는 반라의 의상으로 공중에서 커튼에 매달려 등.퇴장하는 인상적인 연기로 엄청난 호응을 얻어 결국 치타 리베라를 제치고 토니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나인'은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자전적 영화 '8과 1/2'을 각색한 작품으로 1982년에 초연됐다.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맡은 귀도 역을 제외하고 나머지 18명의 배역은 모두 여배우들이 연기한다. 매우 실험적인 시도였는데, 이 여배우 군단은 심플한 무대 위에서 그 자체가 살아있는 소품과 세트가 되고 있다.

이 작품은 '프로듀서스' 이후 뮤지컬 코미디가 득세하고 있는 브로드웨이에서 작품성과 상업성의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또 하나의 수작으로 평가된다. '헤어 스프레이'와 '나인' 등 풍성했던 이번 시즌을 돌이켜보며 새롭게 시작하는 다음 시즌에도 어떤 뮤지컬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해줄지 기대된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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