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리포트] C형간염, 먹는 약으로 완치율 높여 간경변 악화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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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약으로 C형간염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C형간염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약이 잇따라 등장하면서부터다. 먹는 C형간염 치료제가 소개되면서 부작용이 심했던 페그인터페론 주사 병용 요법 대신 먹는 약만으로도 효과적으로 치료가 가능해졌다. C형간염은 주로 체액·혈액을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손톱깎이, 칫솔은 물론 소독하지 않은 침·주삿바늘을 통해 감염된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C형간염 환자 비율은 전 인구의 1.2~1.3% 정도. 하지만 간세포 파괴력은 상당하다.

일단 감염되면 70~80%가 만성화한다. 20여 년에 걸쳐 간세포를 서서히 파괴한다. 만성화는 간염→간경변→간암으로 이어지는 간질환 사슬의 첫 단추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뒤늦게 간경변·간암으로 진단받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국내 전체 간암 환자 10~15%는 C형간염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C형간염은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B형간염과 달리 미리 예방하기 어렵다.

문제는 치료율이다. 기존 페그인터페론 주사를 포함한 C형간염 표준 치료법은 치료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유전형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유전자 1형은 완치율이 62.7%에 불과하다. 치료 기간도 48주로 긴 편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C형간염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해 완치율을 끌어올린 신약이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먹는 약만으로도 간 손상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특히 국내 C형간염 환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전자형인 1b형에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 미국·유럽에서 경구용 C형간염 치료제로 승인받은 ‘비키라팩’(성분명 파리타프레비르+리토나비르+옴비타스비르+다사부비르)이 대표적이다. 일명 애브비 요법이다.

황달·복수 같은 간부전 증상이 없는 대상성 간경변증을 앓는 만성 C형간염 성인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애브비 요법으로 치료했다. 그 결과 치료 경험과 상관없이 유전자형 1b형 환자에서 100% 치료율을 달성했다. 사실상 C형간염 완치 시대를 연 셈이다. 애브비 요법은 이미 국내에 출시된 다른 먹는 C형간염 치료법(다클린자-순베프라 요법·하보니-소발디 요법)보다 바이러스 성공률이 높고 치료 기간도 짧다. 다클린자-순베프라 요법은 애브비 요법보다 치료기간이 2배가량 긴 24주 동안 치료한다. 치료율도 90%로 먹는 C형간염 치료제 중에서 가장 성공률이 낮다. 또 치료 전 내성 관련 변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보니-소발디 요법은 12주 동안 치료하는 점은 동일하지만 치료율이 치료 경험 유무에 따라 다소 달라진다. 치료 경험이 없는 사람은 99%로 높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치료율이 94%다.

이 같은 임상연구 결과를 토대로 대한간학회에서도 C형간염 가이드라인을 재개정하면서 유전자 1형을 치료할 때 이례적으로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애브비 요법을 최고 등급인 A1 등급으로 분류했다. 특히 애브비 요법은 치료 경험이 없거나 간경변 유무와 상관없이 12주 치료가 가능하다. 

C형간염은 치료 시기와 방법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는 “C형간염을 치료할 때는 치료 성공률은 물론 약물 내성, 간질환 중증도,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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