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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달러의 힘, 왜 갈수록 커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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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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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트랩
에스와르 프라사드 지음
권성희 옮김, 청림출판
560쪽, 2만2000원

결론부터 말하자면 ‘달러 불패론’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달러 위기의 전주곡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달러의 몸값은 오히려 치솟았다. 불안정한 세계 금융시장에서 그나마 믿을만한 자산이 달러였기 때문이다.

 미국 코넬대 국제통상 교수이자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저자는 이같은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전 세계가 ‘달러 트랩(덫)’에 걸렸다는 것이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국은 보호벽(외환보유액)을 높게 쌓았다. 그 주요 투자 대상이 미국 국채다. 그런데 미국이 양적 완화로 돈을 풀자 달러 가치가 떨어졌다. 게다가 무역 수지 흑자국은 자국 통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미국 국채를 사들일 수밖에 없었다.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래 저래 보유한 미국 국채는 늘어갔다. 그렇다고 함부로 내다 팔 수도 없다. 채권값이 떨어지면 보유 자산의 손실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미 달러와 공동운명체가 된 것이다.

저자의 진단에 따르면 미국이 쳐놓은 달러의 거미줄은 더욱 단단해질 태세다. 달러와의 불편한 동거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달러의 덫이 까칠하지만 안전한 보호막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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