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가리고 … ‘르노’ 앞세우는 르노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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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상징인 푸른색 대신 프랑스 르노 그룹의 상징인 노란색을 바탕으로 개편한 르노삼성차 분당 오리전시장. 르노삼성차는 내년 중 전국 188개 전시장을 이런 식으로 꾸민다. [사진 르노삼성차]

르노삼성이 ‘삼성’에서 ‘르노’로 무게추를 옮기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매장, 르노 상징 노란색 위주로
QM3 따로 전시한 ‘르노 존’ 설치
수입차 인기 편승해 실적부진 벗기

르노삼성차는 11일 경기도 분당 오리 전시장에서 변화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그동안 르노삼성차 전시장이 삼성의 상징색인 푸른색 일색이었다면 이날 공개한 전시장은 르노그룹의 상징인 노란색 위주로 꾸몄다. 예를 들어 전시장 입구부터 노란색 테두리로 감싼 ‘옐로 게이트’가 방문객을 맞는 식이었다.2000년 르노그룹이 삼성자동차를 인수한지 15년 만의 변화다.

 특히 르노 그룹에서 만든 차만 따로 전시하는 ‘르노 존’을 마련했다. 르노삼성차의 주인이 삼성이 아닌 르노라는 걸 각인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르노 존에는 르노에서 개발한 QM3를 전시했다. 르노 존 벽면에는 르노 그룹을 상징하는 마름모 모양의 르노 로고가 선명히 박혀 있었다. 수입차 전시장처럼 방문객 응대를 전담하는 안내 데스크도 마련했다. 외부로 노출했던 상담실을 별도의 방에 따로 마련해 독립성도 보장했다.

 박동훈 르노삼성차 부사장은 “연말까지 전국 188개 전시장 중 70곳을 오리 전시장처럼 개편하고 내년 중 모든 전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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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후서비스(AS)에도 르노의 색깔을 넣는다. 내년부터 르노가 자랑하는 AS 프로그램인 ‘케어(CARE) 2.0’을 국내에 도입한다. 케어 2.0은 수동적으로 고객이 AS를 원할 때만 응대했던 데서 벗어나 자동차 회사가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다.

 르노삼성차는 삼성 브랜드를 앞세운 ‘국산차’ 마케팅에 집중해왔다. 르노 인수 후 사실상 삼성과 관련이 없는데도 영업이익을 냈을 경우 매출의 0.8%를 삼성에 로열티로 낸 것도 국산 브랜드의 이점을 가져가려는 포석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전시장 개편이 장기적으로 삼성과 결별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 부사장은 이에 대해 “ 르노 느낌을 강조하려는 개편이다. 삼성과 분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르노삼성차의 ‘르노화’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르노 그룹의 스페인 공장에서 만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를 지난해 국내에 들여오면서부터다. 부산 공장에서 한 대도 만들지 않는 QM3를 파는 것을 두고 “르노삼성차가 르노 그룹의 판매기지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GM이 ‘쉐보레’ 브랜드 차량인 대형 세단 임팔라를 들여오며 ‘수입차 아닌 수입차’ 전략을 쓰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르노삼성차가 ‘국산차 프리미엄’을 내려놓으면서까지 개편에 나선 건 ‘고육지책’ 성격이 짙다. 수입차 인기에 올라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실적이 부진하다. 르노삼성차는 국산 완성차 5개사 중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장 점유율에서 쌍용차에 앞선 4위였다. 하지만 올 들어선 꼴찌에서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달엔 점유율이 4.8%(잠정)까지 추락했다. 원인은 신차 출시가 뜸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만 쏘나타·아반떼·그랜저·투싼·스포티지 같은 세단·SUV를 골고루 출시한 현대기아차와 비교된다. 한국GM도 스파크·임팔라를, 쌍용차는 지난해 티볼리에 이어 올해 코란도투리스모·렉스턴W를 각각 선보였다. 르노삼성차는 내년 중 준대형 세단 ‘탈리스만’과 신형 QM5를 선보이며 반격에 나선다. 탈리스만 역시 르노가 개발한 신차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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