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 사용설명서] 나는 ‘바담 풍’해도 너는 ‘바람 풍’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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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습니다. 마침 스마트폰에 있던 사진들과 주소록은 백업을 해놓았기에 별 문제가 아니었는데 심각한 건 스마트폰 메모장에 제가 사용하는 모든 웹사이트의 패스워드와 비번을 적어놨다는 겁니다. 평소 스마트폰 잠금 기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얼마든 해킹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서 휴대전화는 자꾸 스마트해지는데 인간의 뇌는 그 반대인 것 같습니다. 뇌 기능의 절반 이상을 스마트폰에 의지하고 있었다는 걸 새삼 느낀 주말이었습니다.

 이번 주 커버스토리의 주제는 도심 속 작은 집입니다. 치솟는 전셋값과 부동산 경기 불황이 낳은 현상이죠. 매년 오르는 전셋값에 마음 졸이느니 차라리 작아도 걱정 없는 내집을 지어 살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건축비 2억~3억원에 3~4층짜리 작은 집을 지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흔히 ‘못생긴 땅’ 혹은 ‘쓸모 없는 땅’으로 분류되는 삼각형, 마름모꼴 자투리 땅이 3~4층짜리 예쁜 집들로 재탄생했습니다. 거리마다 비슷비슷한 아파트와 빌라들로 가득했던 서울 풍경에도 변화가 있으려나 봅니다.

 ‘최고의 유산’ 인터뷰 시리즈 두 번째는 간송 전형필의 손자인 전인건 간송미술문화재단 사무국장이 들려주는 간송 집안의 교육 철학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막상 지면에는 다 싣지를 못해서 아쉽습니다. 전 사무국장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제대로 배려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나 귀한 줄 알아야 남 귀한 줄도 안다고요. 간송 집안의 자녀 교육 비법은 부모가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실천을 하는 겁니다. 잔소리 100번보다 한 번 모범을 보이는 게 자녀 교육에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나는 매일 TV만 보면서 아이들에게는 책 안 본다 잔소리 하는 건 아닌지, 나는 ‘바담 풍’해도 너는 ‘바람 풍’하라고 했던 건 아닌지 돌아봐야겠습니다.

박혜민 메트로G팀장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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