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이인선·이재만 ‘친박 벨트’로 유승민 포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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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 내년 총선의 ‘정치 1번지’로 떠올랐다. 물갈이론이 수면 위로 일찌감치 부상해서다. 20대 총선은 1998년 정계에 입문한 이래 17년간 TK(대구·경북) 표심을 좌지우지해온 박근혜 대통령이 ‘미래 권력’이 아닌 상태에서 치르는 첫 선거다. 앞으로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없는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계속 유지되느냐 마느냐가 시험대에 오른다.

총선 ‘정치 1번지’ 떠오른 대구
“대구 잡아야 친박계 미래 보장”
친유승민 지역구마다 친박 몰려
유승민 ‘TK 맹주’ 되는 것 견제
현역은 “진짜 박심 몇명이나 되나”

 서울대 강원택(정치외교학) 교수는 “그간 대구는 박 대통령의 영향 때문에 ‘조용한 지역’이었지만, 이번엔 유권자들이 ‘적극적 선택’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박 대통령의 인기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국 평균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던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37%·한국갤럽),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29%) 때도 TK에선 지지율이 40%를 웃돌았다. 11월 첫째 주 대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무려 70.5%(리얼미터)다.

 이 때문에 친박계에선 “내년 총선을 통해 친박계 인사를 더 포진시켜 대구를 ‘정치적 근거지’로 확고히 해놔야 현 정부가 성공할 수 있고 계파의 미래도 보장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대통령 주변에선 대구에서 유승민(동을) 전 원내대표가 ‘차기 TK 맹주’로 성장하는 데 대한 불편함도 감지된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박 대통령이 대구는 꼭 챙긴다. 출마자들에 대해 ‘이 사람이 내 사람’이란 신호를 분명히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갈이’를 요구하는 친박계와 비박계의 충돌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얘기다.

 물갈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친박계는 “대구 물갈이를 많이 해야 수도권 총선에 좋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리얼미터 권순정 조사분석실장은 “대구 물갈이는 어차피 여권 지지층 내부용”이라며 “수도권 선거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반면 명지대 윤종빈(정치외교학) 교수는 “공정 경선만 보장되면 대구 지역 물갈이 공천이 개혁정당 이미지를 줄 것”이라고 했다.

 대구가 일찌감치 달아오르는 배경엔 ‘TK 맹주’ 자리를 놓고 벌이는 신경전도 있다. 친박계의 중심에 최경환 경제부총리(경산-청도)가 있어서다. 지난 8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사의를 놓고도 “최 부총리와는 상의했을 것”이라고 여당 의원들은 추정한다. 반면 유 전 원내대표는 신보수를 앞세워 차기 이미지를 선점하고 있다. 그래선지 친박 인사들은 대구에서도 유독 ‘친유승민계’ 현역 의원들이 있는 선거구에 몰리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권은희 의원 지역(북갑)엔 청와대 출신이 두 명(전광삼 전 춘추관장, 김종필 전 법무비서관)이나 뛰고 있다.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맞붙을 가능성이 커진 김상훈 의원은 “출마를 희망하는 분들이 ‘박심’을 받은 것처럼 행동한다면 그건 오히려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 의원도 “지금 ‘친박 후보’라고 나오는 사람 중에 정말 청와대로부터 ‘시그널’을 받고 나온 사람이 몇 명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친박 인사들이 몰리다 보니 ‘친박 대 친박’ 대진표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경찰청장 출신 윤재옥 의원은 친박계다. 그 지역(달서을)에 지난 대선 때 댓글 수사로 재판을 받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뛰면서 ‘폴리스(경찰) 매치’가 예고된 상태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출마설이 도는 달성의 현역 의원도 달성군수 출신 이종진 의원이다.

남궁욱·박유미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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