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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km 괴물에 틀어막힌 한국…야구 한일전 0-6 완봉패

중앙일보

입력

0-2로 뒤진 5회 초. 한국 대표팀은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박병호의 2루타에 이어 손아섭의 볼넷으로 무사 1·2루가 됐다. 일본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의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가토리 요시다카 일본 투수코치가 다급하게 마운드에 올라 오타니의 상태를 살폈다.

오타니는 괴력으로 위기를 이겨냈다. 허경민이 보내기 번트 자세를 취했고, 오타니는 개의치 않고 빠른 공을 뿌렸다. 오타니 손에서 약간 빠져 몸쪽으로 향한 볼이었지만 허경민은 배트를 거둬들이지도 못했다. 파울. 2구째 역시 직구였지만 파울이 됐다.

오타니는 최고 시속 161㎞의 강속구를 뿌리며 한국 타자들을 힘으로 눌렀다. 번트를 대려는 타자에게 대놓고 직구를 던져도 배트 중심에 맞히지 못했다. 허경민은 4구째 포크볼에 맥없이 삼진을 당했다. 한국 대표팀의 가장 좋은 찬스가 허망하게 날아갔다. 이날 완패를 요약하는 장면이었다.

야구 대표팀이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개막전에서 일본에 0-5 영봉패를 당했다. 이로써 프로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처음 참가한 1998년 이후 일본과의 상대전적은 16승13패가 됐다.

일본 대표팀은 몇달 전부터 오타니가 한국전 선발로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대표팀도 오타니에 대한 분석을 해왔다. 그러나 시속 160㎞를 넘나드는 공은 알고도 치기 어려웠다. 빠른 공을 의식하다 시속 140㎞대의 포크볼이 들어오면 헛스윙을 하기 일쑤였다.

5회 초 무사 1·2루에서 허경민·강민호·나성범이 차례로 삼진을 당했다. 오타니는 6회 초를 삼자범퇴로 막고 노리모토 다카히로와 교체됐다. 6이닝 2피안타 2볼넷 무실점. 탈삼진은 무려 10개나 됐다. 관중석에서는 오타니가 강속구를 던질 때마다 탄성을 쏟아냈다.

한국 대표팀은 0-4이던 8회 초 2사 만루 찬스를 잡았으나 김현수가 노리모토의 빠른 공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한국은 0-5이던 9회 무사 만루 찬스를 다시 맞이했으나 1점도 뽑지 못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에 완봉패를 당한 건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 0-6 패배 후 9년 만이다.

반면 한국 선발투수 김광현(27·SK)은 초반에 무너졌다. 김광현은 2회 말 선두타자 나카타 쇼를 상대로 2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변화구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그러나 바운드된 공이 포수 강민호의 무릎에 맞고 뒤로 빠졌고 나카타는 스트라이크낫아웃으로 1루를 밟았다.

다음 타자 마쓰다 노부히코에게는 우전안타를 맞았다. 우익수 손아섭은 다이빙을 해서 잡아내려 했으나 몸이 잘 미끄러지지 않아 안타를 허용했다.

불운은 이어졌다. 히라타 료스케가 친 공은 3루를 맞고 튀는 1타점 2루타가 됐다. 일본은 사카모토 하야토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추가해 2-0으로 달아났다. 김광현은 결국 3회를 마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2와3분의2이닝 5피안타·2실점.

김광현에 이어 등판한 투수들도 일본 타자들을 막지 못했다. 차우찬은 4회 1사 2루에 등판해 위기를 잘 넘겼지만 5회 히라타에게 적시타를 맞고 1실점했다. 6회에는 정우람이 사카모토에게 솔로홈런을 맞았다.

첫 판을 아쉽게 내준 한국 대표팀은 9일 대만으로 넘어가 본격적인 조별리그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11일 도미니카공화국(세계랭킹 6위), 12일 베네수엘라(10위), 14일 멕시코(12위), 15일 미국(2위)과 맞붙는다.

도미니카공화국은 페드로 펠리즈, 윌슨 베테밋, 다니엘 카브레라, 미겔 올리보 등 메이저리거 출신 베테랑이 여러 명 합류해 만만치 않은 전력을 만들었다. 한국전 선발 등판이 유력한 카브레라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48승을 거둔 베테랑이다. 시속 150㎞이 넘는 강속구를 뿌리지만 제구가 불안한 게 약점이다. 포수 올리보는 지난해까지 LA 다저스에서 뛰었다.

베네수엘라도 빅리그 출신들을 뽑았지만 멕시칸리그와 자국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이라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로 꼽힌다. 메이저리거를 선발하지 않은 미국의 전력은 한국에 비해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다. 마지막까지 출전을 놓고 고민했던 멕시코는 B조 최약체로 꼽힌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1차 목표인 8강을 위해 3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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