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담론지형이 바뀐다] 김호기 교수가 보는 이념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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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20일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소장 김세균)가 개최한 '한국정치의 보수와 진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김호기(연세대.정치사회학.사진)교수는 '이념구도와 이념논쟁의 사회학'이라는 논문을 통해 진보.보수.중도가 민족주의.세계주의와 착종(錯綜)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중도는 우리의 특수한 역사적 조건에 기인한다. 한국전쟁 이후 진보적 지식인들이 중도를 표방한 경우가 없지 않았으며, 여기에 1990년대 중반 '제 3의 길' 논의가 확산되면서 중도는 독자적인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민족적 보수의 경우 60~70년대 박정희 정권의 발전국가론이 대표적이다. 그런가 하면 세계주의적 보수는 90년대 중반 이후 김영삼 정권이 추진한 신자유주의가 대변한다. 문제는 보수적 정치 세력은 있지만 이념적 보수주의는 빈약하다는 점이다.

과거 좌우 합작론이 민족주의적 중도를 대표한다면, 김대중 정권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론'은 세계주의적 중도를 대변한다. 세계화.정보화가 추동하는 탈이념 흐름을 고려할 때 중도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하지만 금융자본의 세계화에 대응할 논리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는 여전히 과제다.

진보의 딜레마는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에도 진보의 정치 세력화에 대한 지지가 높지 않다는 데 있다. 한편 '글로벌 좌파'의 경우 최근 반전 평화운동을 통해 시민사회에서 새로운 입지를 구축해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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