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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해양 도전 DNA’ 살려야 지속 발전 가능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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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호 8 면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거칠어지고 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5일 남중국해를 순시 중이던 핵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에 승선해 중국을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5∼6일 ‘제3차 해양문화 국제 콘퍼런스’를 열었다. ‘섬, 문명과 역사의 플랫폼’을 주제로 한국·중국·일본·대만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성귀(59) 원장을 6일 만나 최근 바다를 둘러싼 이슈에 대해 들었다. 1997년 설립된 해양수산개발원은 해운·항만·물류·해양·수산 등 바다 관련 분야를 종합적으로 조사·연구해 온 국책연구기관이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갈등이 심해지는데.“역사적으로 세계를 경영해온 국가들은 주요 길목 관리를 전략적으로 했다. 영국은 러시아 북해함대의 수에즈 운하 통과를 막았고 그 결과 러시아가 러일전쟁에서 패했다. 지금 미·중의 남중국해 갈등도 믈라카 해협이란 길목을 놓고 벌이는 다툼이다. 중국은 해상 길목 통제권을 복원하려고 하는데 미국은 이런 중국의 의도를 저지하려고 한다. 한국은 중국과 사안별로 협조해야 한다. 필요할 때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중국이 육상과 해양 실크로드를 앞세운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들고 나왔는데 한·중의 윈윈 방안은.“아시아와 유럽의 물류 등 네트워크를 속도감 있게 연결해 상생하자는 정책이다. 고속철도·해운항만·조선해양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는 한국이 각종 일대일로 구상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전 세계로 나아가려는 중국의 야망에 우리가 잘 올라탄다면 경제 부흥의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과 연계하면 새로운 대륙의 판이 짜일 것이다.”


-한반도가 분단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섬’이 된 지 70년이 넘는데 섬에서 탈피해 대륙과 해양으로 다시 뻗어 나가려면.“중국·러시아의 대륙 세력과 일본·미국의 해양 세력이 교차하면서 지금은 남북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진국 클럽에 가입했다. 반도국가는 교류의 교차점이자 교두보다. 반도국가인 그리스와 로마가 이런 잠재력을 잘 활용해 문명을 꽃피웠다. 우리도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위기 극복 노력을 한다면 새로운 문화와 문명을 창출하는 축이 될 수 있다.”


-‘해양의 시대’에 웅비할 수 있는 한민족의 역사적 유전자(DNA)가 있다면.“바다를 활용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개방성과 일맥상통한다. 영국의 정치인이자 탐험가 월터 롤리(1552∼1618) 경은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무역을 지배하고, 세계의 무역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의 부를 지배하며, 마침내 세계 그 자체를 지배한다’고 했다. 영국은 바다로 진출해 강대국이 됐다. 일본·싱가포르·대만도 바다를 이용해 국부를 창출했다. 반면 필리핀·미얀마·북한은 폐쇄적인 정책을 고집하다 최빈국이 됐다. 한국도 바다 무역을 통해 신흥 강국으로 부상했다. 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를 비롯해 우리 속에 내재된 해양 도전의 유전자를 계속 살려 가야 한반도와 한민족의 지속 발전이 가능하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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