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싸구려·바가지·불친절 … “다시 오고 싶지 않은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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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의 관광산업이 위기를 맞은 것은 엔저(低) 여파가 크다. 그러나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관행이 더 근본적인 문제다. 싸구려·바가지·불친절 관행은 여전하다. 관광산업 성장의 관건은 ‘재방문’(리피팅)인데 지금 같아서는 한국은 싼맛에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세계 여행·관광산업 경쟁력 순위에서 일본·중국이 최근 몇 계단씩 뛰어올랐지만 한국은 뒷걸음질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행사 출혈경쟁, 저가 상품 판쳐
유커 몰려와도 정작 돈 많이 안 써

 국내 관광협회 소속 회원사는 서울에만 5000개에 달한다. 그만큼 과당경쟁이 심해 고급 관광보다는 싸구려 상품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조태숙 한국관광협회 국외여행업위원장은 “한국은 관광회사의 덤핑 경쟁이 치열해 관광이 산업으로 크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중국에 관광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 관광 진흥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제각각인 여행·음식·쇼핑을 물 흐르듯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관광상품의 현대화·고급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커(遊客) 급증에도 이들이 실제 국내에 쓰고 가는 돈이 많지 않다는 것도 한국 관광산업의 현주소다. 저가관광이 일반화하면서 유커를 모객한 중국 여행사로부터 국내 여행경비를 받지 않는 ‘노 투어피’가 확산하면서 국내 관광업의 출혈경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어 응대 인력도 부족해 결국 조선족·화교 여행사만 특수를 맞고 있다는 게 한국 관광산업의 실상이다. 숙박을 위해 서울에서 두 시간씩 버스를 타는 일은 일상화돼 있고 택시 요금 바가지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원화 강세 여파로 한국 관광의 간판인 제주도까지 관광객 감소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의 탑승률이 30%대에 불과하자 대한한공은 제주-일본 노선 폐쇄를 검토하기도 했다. 제주도의 설득으로 노선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관광객이 회복되지 않으면 앞날을 낙관하기 어렵다. 조 위원장은 “저가 여행상품은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한국을 만든다”며 “국내 관광업계도 일본처럼 관광객별 타깃을 명확히 하고 관광객을 모시는 문화도 개선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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