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밖 탱크도 격파 … 육군 '아파치 가디언' 1호기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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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들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대형 공격헬기 아파치 가디언(AH-64E)이 한반도의 파수꾼을 맡게 된다.

방사청, 미국 보잉사서 출고식
1000개 목표 동시 식별 세계 최강
조종사 헬멧과 연동, 정밀타격 가능
1개 대대 한 번 뜨면 전차 288대 파괴

방위사업청은 3일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보잉사에서 육군이 도입할 대형 공격헬기 아파치 가디언의 출고식을 했다고 밝혔다. 출고식엔 시제기가 모습을 보였으며, 시험비행을 거친 다음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한국 육군에 인도된다.

 백윤형 방사청 항공기사업부장은 “아파치 헬기 중 아파치 가디언은 가장 최신 버전”이라며 “500MD 등 현재 우리 군이 운용 중인 공격헬기의 노후화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우고 전투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치 가디언의 강점은 공대지 유도탄(헬파이어)으로 원거리 타격을 통해 적의 지상군 및 전차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저공비행을 하면서 레이저 조준으로 최대 8㎞ 거리에서 적의 전차나 벙커를 격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력을 더하는 건 두꺼운 장갑차도 격파할 수 있는 30㎜ 체인건(헬기 기관포)이다. 이 체인건은 전방좌석에 탑승하는 화기관제사의 헬멧과 연동돼 고개를 돌려 목표물을 지정하고 발사하면 정확하게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아파치 헬기(구형)는 ‘사막의 폭풍’ 작전을 통해 이라크군 전차 32대와 차량 100여 대를 단 한 시간 만에 파괴했다.

 아파치 가디언은 또 정교한 센서(TADS/PNVS)를 장착해 야간에도 낮처럼 정밀타격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특히 헬기 회전날개 위에 달린 동그란 모양의 ‘롱보 레이더’(113㎏)는 지상 및 공중의 표적을 탐지, 우선 타격대상을 자동으로 선정해 조종사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육군은 “롱보 레이더를 통해 10~15㎞ 이내에서 1000개 이상의 지상목표물을 적인지 아군인지 탐지하고, 그중에서 256개 목표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며 “다시 그중에서 16개의 우선 목표를 지정할 수 있는데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겨우 30초”라고 설명했다. 롱보 레이더가 포착한 정보는 다른 기체에도 전달돼 신속한 정보 공유와 전장 대응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군이 도입할 아파치 가디언에는 롱보 레이더가 일부에만 장착되어 있다.

 물론 아파치 가디언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헬기는 아니다. 산악지형 등 지형지물 사이에 매복한 적이 발사하는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어깨에 대고 발사하도록 설계된 화기)에는 방어력이 취약하다. 2차 걸프전쟁 초기인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이라크 전선에서 무려 12대의 아파치 헬기가 격추된 일도 있다.

 군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아파치 가디언 36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내년 상빈기부터 인도될 예정이다. 아파치 가디언은 길이 17.73m, 높이 3.87m다. 최대 이륙중량은 10.1t이며, 최고 순항속도는 시속 261㎞다. 헬파이어 16기와 스팅어 미사일 4기를 동시에 무장할 수 있으며, 70㎜ 로켓 76발과 30㎜ 기관포 1200발을 탑재할 수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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