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워커힐 느티나무, 동작 단풍터널 … 다양해진 서울의 가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지난달 28일 서울 광진구 아차산 생태공원으로 나들이 나온 학생들이 단풍구경을 하고 있다. 당단풍나무·느티나무·벚나무 등 다양한 빛깔의 나무들이 즐비했다. [신인섭 기자]

가을의 끝으로 향하는 지금, 단풍의 고운 빛깔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 도심도 노란빛으로 물들고 있다. 시내 어디서든 마주치는 은행나무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발품을 들인다면 더 다채로운 빛깔을 즐길 수 있다. 특색 있는 단풍나무들로 저마다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산책로가 서울 곳곳에 있다.

우리 마을 이색 단풍길
아차산생태공원~워커힐 호텔
1㎞ 길이 오색 단풍길 입소문

 서울 광진구 아차산 생태공원 입구에서 워커힐 호텔로 이어지는 1㎞ 길이의 워커힐로는 아차산의 느티나무·당단풍나무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단풍명소’로 인기가 높다. 지난달 28일 워커힐로를 따라 목재 보행로를 걷는 동안 바로 옆 차도를 지나던 자가용들이 일제히 속도를 줄였다. 너도 나도 양쪽 창문을 내려 한 해에 보름 남짓만 허용되는, 수채화 같은 경치를 만끽했다. 워커힐호텔 부근 옷가게로 출근한다는 박남순(60·여)씨는 “여긴 차 타는 것보다 걷는 게 훨씬 좋지. 난 하루 30분이라도 단풍 구경하려고 일부러 걸어서 출근해”라며 웃었다.

 광진문화예술회관과 건국대 동문회관을 잇는 아차산로36길에선 느티나무 단풍을 즐길 수 있다. 한봉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느티나무는 불과 20년 전만 해도 묘목이 많지 않아 가로수로 많이 심지 않던 수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붉게 물든 느티나무 30여 그루가 줄지어 서 있다. 주변 쇼핑몰과 영화관 건물이 방음벽 역할을 한다. 노점과 인파로 붐비는 건국대 사거리의 시끌벅적함도 이곳에선 들리지 않는다.

 강서구 화곡로는 메타세콰이어 단풍길로 이름난 곳이다. 강서구청 사거리부터 화곡역에 이르는 화곡로에 7층 건물 높이(20~25m)의 메타세콰이어가 빽빽히 늘어서 있다. 주황부터 선명한 빨강까지 단계적으로 짙어지는 붉은 계열 단풍들이 시선을 빼앗는다. 정진갑 강서구 조경과 주무관은 “습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메타세콰이어는 강서구와 궁합이 딱 맞는 나무”라며 “ 농사를 짓던 습한 지형이라 곳곳에서 메타세콰이어를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무에 불이 붙은 것처럼 빨간색의 복자기 단풍을 보기 위해 동작구 현충근린공원을 찾아도 좋다. 300m의 짧은 길을 복자기 100그루가 둘러싼 ‘단풍 터널’이 있다. ‘단풍 숲’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다면 서울대공원 외곽순환도로 드라이브 코스도 제격이다. 계수나무 ·단풍나무 등 2000여 그루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을을 맞아 각 자치구가 준비한 단풍맞이 행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대문구는 오는 14일 안산자락길 완주 행사를 연다. 사물놀이와 개그 공연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광진구는 능동로(7호선 뚝섬유원지역~어린이대공원역)에서 토요일마다 ‘아트브릿지’ 행사를 열고 있다. 단풍이 든 나무 아래에서 벼룩시장을 구경하고 인디밴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오는 14일이 마지막 날이다.

글=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