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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중의 오지 영양, 아시아 첫 ‘밤하늘 보호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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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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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군 수비면 자연생태공원에서 바라본 밤하늘. [사진 영양군]

산간오지 경북 영양군이 아시아 최초로 ‘국제 밤하늘 보호공원’으로 지정됐다.

“개발 대신 보존” 관광 유치 역발상
국제밤하늘협회, 세계 6번째 지정

 국제밤하늘협회(IDA)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인터넷 홈페이지(darksky.org)를 통해 “영양군 일대를 아시아의 첫 국제 밤하늘 보호공원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국제밤하늘협회는 2일 영양군청에서 공식 지정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협회는 “영양군이 빛 공해나 인공조명으로부터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양질의 밤하늘을 갖고 있음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 본부를 둔 국제밤하늘협회는 1988년 설립된 뒤 조명의 효율적 활용과 통제를 통한 생태계 보호 운동을 펴 왔다. 국제 밤하늘 보호공원은 지금까지 미국·영국·헝가리·독일·네덜란드 지역에 지정됐으며 영양군은 세계 여섯 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첫 보호공원이 됐다.

 이번에 지정된 곳은 수비면 수하2리·수하3리 등 수하계곡이 지나는 3.93㎢ 지역으로 영양군에서도 가장 오지로 꼽힌다. 40가구에 주민 69명이 살고 있으며 주변에 자연생태공원과 생태숲이 조성돼 있다. 인공시설은 반딧불이 천문대와 청소년수련원이 전부다.

 협회는 “영양군은 수도 서울에서 자동차로 4시간 반이 걸리는 오지로, 한국과 같은 조명의 바다에서 가장 어두운 섬 같은 지역”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영양군의 사례는 인구가 밀집돼 있는 동아시아의 밤하늘을 어떻게 보존할지 해법을 제시해 주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영양군은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개발 정책에 집중한 것과 달리 ‘보존’이란 역발상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관내에 제조업체도 전혀 없고 재정도 넉넉잖은 상황에서 ‘천혜의 밤하늘’이란 기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승부를 걸었다.

 권영택 영양군수도 2013년 10월 국제밤하늘협회 본부를 찾아 영양군 알리기에 나서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권 군수는 “별빛 생태지역으로 인정받으면 밤하늘을 보기 위한 체류형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고 관내 청정 농산물의 인지도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원길 국제밤하늘협회 한국본부장은 “영양군의 밤하늘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며 “국제적인 힐링 명소로 떠오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영양=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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