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아이서울유’를 어찌할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전수진 기자 중앙일보 팀장
기사 이미지

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처음 들었을 땐 우유 광고인가 싶었다. 서울시가 만든 새 브랜드 ‘아이서울유(I.SEOUL.U)’ 얘기다. 일부는 가수 ‘아이유(IU)’를 떠올린 모양이다. 지난 29일 서울시 언론 브리핑에선 “아이유를 홍보대사로 쓸 계획이 있는 거냐”는 웃지 못할 질문도 나왔다. 인터넷엔 ‘아이유가 장악한 서울시’를 표현한 것이라는 식의 패러디가 넘친다. 서울시는 이 문구가 ‘Seoul’을 동사형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나는 너를 서울한다”는 게 무슨 의미냐며 콩글리시라는 지적까지, 논란은 일파만파다. 개인적으론 ‘와우! 시흥’이나 ‘아하! 순천’과 같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괴상망측한 브랜드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아이서울유’의 시작은 씁쓸하다. 모든 이를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지만 이렇게까지 모두를 불만족스럽게 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브랜드를 제작하고 홍보하는 데 서울시가 쓴 돈은 15억원이다. 이 예산의 상당 부분이 지출된 28일 서울광장 선포식엔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외국인들이 여럿 배치됐다. 새 브랜드가 외국인들에게도 매력이 있음을 주장하려는 의도가 빤히 읽혔다. 그러나 정작 국내외 외국인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 외국인 홍보전문가는 “그래서 서울이 어떻다는 건지 어리둥절하다”며 “‘예스! 도쿄’를 베낀 인상을 줬던 ‘하이 서울’보다는 낫다는 게 ‘아이서울유’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꼬집었다. 친한파를 자처하는 한 영국계 홍보전문가는 한국어로 ‘나와 너의 서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것을 두고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브랜드로서는 실격”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도 할 말은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공모전과 전문가 투표 등을 통해 선정 작업을 진행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부분이 이상하다. 브랜드 이미지 작업은 세련된 감각과 고도의 전략을 요하는 전문 분야다. 서울의 매력을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선 일반 시민보다는 전문가들의 기술을 빌렸어야 한다. 정 ‘시민 참여’에 방점을 찍고 싶었다면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를 경합시켜 일반 시민이 선택하도록 한다면 어땠을까. 전문가의 존재 이유를 외면하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 됐다. 브랜드 작업을 쉽게 보고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서울시”라고 스스로를 포장하고 싶어 한 것은 아닌가 묻고 싶다.

 어쨌거나 ‘아이서울유’의 비극은 이미 시작됐다. 이젠 ‘아이서울유’를 택시에서, 공공화장실에서, 서울시청에서 마주쳐야 한다. 우리가 단지 서울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