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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40년 만에 열린 하회마을 류성룡 종손 길사

중앙일보

입력

“창해가 고합니다. 제가 봉사손(奉祀孫·제사를 모시는 자손)이 되었습니다.”

30일 오전 11시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충효당. 『징비록』을 쓴 서애 류성룡(1542∼1607)의 15대 종손을 세우는 행사가 열렸다. 풍산 류씨 충효당 길사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문중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종손을 세우는 좋은 제사라는 뜻에서 길사(吉祀)로 불린다. 충효당은 서애 가문의 종택으로 보물 제414호다.

길사는 일반 제사와 같은 순서로 진행됐다. 사당에서 신주를 모시는 출주례(出主禮)에 이어 종손인 창해(58)씨가 첫 잔을 올리는 초헌관으로 나섰다. 그는 서애 등의 신위 앞에 일일이 잔을 올렸다. 이어 축관이 축문을 읽었다. 15대손인 창해씨가 종손을 맡아 앞으로 제사를 지내겠다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 잔을 올린 아헌관은 창해씨의 부인이었다. 종가의 맏며느리인 종부(宗婦)가 됐음을 고하는 의식이다.

하회마을 서애 문중의 길사는 창해씨의 선친인 영하옹이 1975년 종손을 맡을 때 열린 이후 40년 만이다. 당시 서울에서 고교 교사로 일하던 영하옹은 직장을 그만두고 48세의 나이에 고향으로 내려와 종손의 자리를 지켰다.

창해씨는 지난해 8월 작고한 부친의 1년 상을 마치고 최근 담제(부모의 상을 마칠 때 하는 제사)를 지냈다. 창해씨는 앞으로 충효당에서 생활하며 종손의 역할을 하게 된다.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손님을 맞는 게 주된 일이다. 집안 조상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는 것도 종손의 몫이다. 그는 종손 역할을 위해 대구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했다고 한다.

문중 관계자는 “종손은 문중의 기둥과 같은 사람”라며 “종손이 고향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문중원 모두 든든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에서는 2011년 퇴계 이황 종택과 2010년 학봉 김성일 종택에서 길사가 열렸다.

안동=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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