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빅 보이' 이대호 JS서 연일 맹타 휘두르며 MVP 후보로 거론돼

중앙일보

입력

'빅 보이' 이대호(33·소프트뱅크)가 해결사 본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일본시리즈(JS·7전4승제)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대호는 2012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 입단한 뒤 줄곧 4번타자로 나섰다. 지난해 소프트뱅크로 이적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리그 최강 타선을 자랑하는 소프트뱅크에서도 이대호는 줄곧 4번을 맡았다. 그러나 구도 기미야스 감독이 부임하면서 올 시즌 베테랑 우치카와 세이이치를 4번에 배치했고, 이대호에겐 5번을 맡겼다. 지난해 팀내 홈런 1위(19개)였지만 타점(68개)이 중심타자로서 적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 야구가 '4번'의 의미를 크게 둔다는 걸 감안하면 썩 기분좋은 일은 아니었다.

이대호는 불평없이 받아들였다. 대신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타율은 0.282로 지난해(0.300)보다 낮아졌지만 홈런 31개(퍼시픽리그 5위), 타점 98개(4위)를 올렸다. 팀 역시 2년 연속 퍼시픽리그 정상에 올랐다. 클라이맥스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에서도 이대호는 활약을 이어갔다. 2·3차전에서 연속 홈런을 터뜨리는 등 타율 0.417(12타수 5안타) 4타점 3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일본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일본시리즈에서 이대호는 다시 4번타자가 됐다. 우치카와가 클라이맥스 시리즈에서 갈비뼈를 다쳤기 때문이다. 4번으로 돌아온 이대호의 방망이는 더 날카롭게 돌고 있다. 1차전에서 3안타를 때려 승리의 주역이 됐고, 2차전에서는 0-0으로 맞선 4회 결승 투런홈런을 날렸다.
고비도 있었다. 이대호는 3차전을 앞두고 목에 담이 들어 타격 훈련을 하지 못했다. 결국 2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 교체됐다. 마사지와 침술 등으로 통증을 다스렸지만 4차전 출전이 불투명해 보였다.

하지만 이대호의 투지는 부상을 뛰어넘었다. 다시 4번타자로 출전한 이대호는 1회 1사 1·2루에서 선제 적시타를 날렸다. 3회에는 무사 만루에서 주자 일소 2루타를 때렸다. 4타수 3안타 1볼넷 4타점을 기록해 소프트뱅크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당연히 4차전 MVP는 그의 몫이었다. 일본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0.538(13타수 7안타)에 1홈런 6타점의 맹활약이다.

구도 감독도 이대호에게 찬사를 보냈다. 스포츠닛폰은 "목 통증이 있음에도 잘해줬다. 이제는 이대호 님"이라는 구도 감독의 말을 전했다. 이대호는 "(3차전 교체 때문에) 분해서 잠을 잘 못잤다. 우치카와가 없고, 나까지 빠지면 타선이 약해지기 때문에 무조건 경기에 나갔다"고 설명했다.

3승1패로 앞선 소프트뱅크는 이제 한 번만 더 이기면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다. 일본 매체들은 이대호가 '1996년 트로이 닐(오릭스) 이후 19년만에 외국인 일본시리즈 MVP가 될 것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한국인 선수 중에서는 일본 무대에서 MVP를 받은 선수가 없다.

이대호의 맹활약은 프리미어 12에 출전할 야구 국가대표팀에도 큰 힘이다. 선수들의 부상과 도박 사건 등으로 정예 멤버를 꾸리지 못한 대표팀에서 이대호의 비중은 어느 때보다 크다. 대표팀에서도 이대호는 박병호(넥센)와 함께 4번타자 후보로 꼽힌다. 국제대회 경험이나 최근 타격을 감안하면 이대호가 4번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이대호는 4차전을 마친 뒤 "대표팀에 선발돼서 영광이다. 일본시리즈를 빨리 마친 뒤 대표팀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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