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친형 살해한 10대 항소심서 법정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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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형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뒤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1심에서 무죄를 받은 10대 동생이 항소심에서 살인에 대해 유죄 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심준보 부장판사)는 28일 고등학생 3학년인 친형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임모(15)군의 항소심에서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한 1심을 파기하고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임군은 징역 장기 3년, 단기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몸통에 심장ㆍ폐 등 인체의 주요기관이 위치하고 그곳을 몸의 중심을 향해 찌를 경우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가능성이 높음은 피고인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피고인이 찌른 흉기가 피부와 2개의 늑골ㆍ우측 폐ㆍ심장 등을 관통해 왼쪽 폐까지 깊숙이 들어간 점으로 볼 때 의도적으로 살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배심원들의 평결이 기초로 삼은 사실 관계와 반대되는 사정이 항소심에서 새로 드러난 점에 비춰 보면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한 평결 결과를 그대로 고수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 규명과 정의의 실현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해 부당한 만큼 예외적으로 배심원의 평결 결과를 따르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임군이 초등학교 때부터 친형에게 지속적인 심한 괴롭힘과 폭행을 당해왔고, 순간적인 분노를 못 이겨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인 점, 피해자가 범행을 유발한 측면이 큰 점 등을 고려해 처벌 과정에서 교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임군은 지난 4월 1일 오전 2시쯤 춘천시 후평동의 다세대 주택 2층 집에서 술에 취해 늦게 귀가한 형(18ㆍ고3)이 훈계하며 자신을 때리자 주방에 있던 흉기로 형을 1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임군에게 무죄를 평결했고, 재판부도 이를 존중해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통상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배심원의 평결을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사건은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1심을 뒤집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유죄로 인정한 판결이 됐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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