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멀쩡한 보일러 '고장났다'…도시가스 직원 사칭 사기단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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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침원을 사칭해 "보일러가 고장났다"고 속여 금품을 뜯어낸 사기단이 붙잡혔다.

경기 부천 오정경찰서는 28일 사기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36) 등 5명을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B씨(40·여)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3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수도권 지역의 낡은 빌라 밀집지역을 돌며 153명에게 보일러 수리비 72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한국도시가스 소속 검침원을 사칭했다. 처음엔 검침원이라며 여성 한 명을 홀로 보내 "보일러가 고장났다. 당장 수리하지 않으면 폭발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보일러 밸브를 살짝 돌려 물이 새게 하거나 이를 손에 묻혀 고장이 난 증거라고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은 전세를 놓은 빌라에서는 집주인이 고장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점을 악용해 멀쩡한 보일러를 수리했다며 과다한 비용을 청구했다.

피해자는 대부분 70~80대 노인과 장애인·가정주부였다. A씨 등이 한국도시가스 소속 검침원들이 착용하는 것과 유사한 디자인의 작업복과 사원증까지 패용해 피해자 대부분이 속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중에는 1년치 생활비와 파지를 주워 모은 돈을 모두 날린 노부부도 있었다"며 "지난 5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신고된 보일러 수리 피해 건수만 600여 건이지만 혐의 입증이 어려워 처벌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 등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3200여명의 고객 명단과 11억원 상당의 수리비 내역서류를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 : 부천오정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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