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여대가 학군단에 눈독 들이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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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생들이 군복을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청년 실업이 늘어나며 직업군인의 인기가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가 여자 대학교에 학군단을 추가로 설치키로 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28일 “현재 숙명여대와 성신여대 등 2곳의 여자 대학에 학군단을 운영중”이라며 “남녀 공학 대학에도 연간 190명의 여성 학군사관(ROTC) 후보생을 선발해 장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0년 여성 ROTC모집 이후 성과를 분석한 결과 남성 후보생보다 모집 경쟁율이 높고, 동·하계입영훈련에서 여자대학이 최상위권에 포함됐다”며 “임관때에도 여성인력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부대에 배치된 후에도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2년간 군사교육을 받고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하는 여성학군단을 여자대학 1곳에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현재 광주여대와 덕성여대, 동덕여대, 서울여대, 이화여대 등 5개 여대가 설치를 신청할 것으로 국방부는 보고 있다. 이들 대학은 2010년 첫 여성학군단을 설치할 때도 관심이 있었던 곳이다. 특히 국내 최고 여자대학으로 꼽히는 이화여대가 3호 대학으로 선발되기 위해 5년만에 재도전할 지가 주목된다. 지난 2010년 처음으로 여대 학군단을 선정했을 때, 숙대가 여성 ROTC 시범대학에 선정됨에 따라 ‘국내 최고 여대’로 불리던 이대는 자존심을 구겼었다.

심사는 서류심사와 현지실사, 최종심의 등 3단계로 진행되며 내년 2월 최종 확정된다. 학군단 설치를 승인받는 대학은 내년에 2학년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발하고, 내년 11월 창설식을 한 뒤 2017년부터 본격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국방부의 이같은 결정은 학군단이 우수한 여성 장교를 육성하는 좋은 통로로 자리잡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여성들이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직업군인이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여대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여성 학군단 설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취업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계급과 직책만으로 평가받는 군 환경이 요즘 젊은 여대생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직업적 안정성은 물론 소위로 임관만 하면 초봉으로 200만원 가량을 받기 때문에 여러모로 직업적 장점이 많다”고 귀띔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2010년 처음으로 학군단에 들어온 여자 학군장교 57명(3명은 중도 포기) 중 절반 이상(33명)이 장기 군복무 지원을 했으며, 13명만이 선발됐다.

학교측도 학군단 설치가 학교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대학교 관계자는 “5년전에 숙대에 쓴 맛을 본 이대가 재도전에 성공할지도 이번 학군단 선정의 중요 관전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특정 대학을 염두에 두지 않고 심사 기준에 맞게 공정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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