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산가족 상봉,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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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년8개월 만에 재개된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어제 오전 작별상봉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박3일간 진행된 이번 상봉에서는 총 186가족, 981명이 60여 년 만에 만나 회포를 풀었다. 순조롭게 마무리된 이번 행사를 디딤돌 삼아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를 살리는 일이 남과 북 모두의 숙제로 남았다.

이번 상봉은 지난 8월 북한의 지뢰 도발로 한반도에 조성된 긴장 국면에서 극적으로 타결된 ‘8·25 합의’의 일환이다. 6개 항의 합의사항 중 북측의 유감 표명과 준전시상태 해제, 남측의 확성기 방송 중단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 행사까지 완료됨으로써 남은 것은 남북 당국자 회담과 민간 교류 활성화뿐이다. 민간 교류 활성화가 당국자 회담에 달렸다고 보면 남북관계 개선의 관건은 역시 당국자 회담이라고 할 수 있다.

남과 북은 ‘8·25 합의’ 제1항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자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하며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장거리 로켓 실험 발사 같은 추가 도발 없이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를 마친 데다 이산가족 상봉까지 무사히 종료된 만큼 이제 남북관계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번 행사에서 새삼 확인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도 당국자 회담은 꼭 필요하다. 북측이 원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조치’ 해제, 남측이 원하는 경원선 복원 및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도 당국자 회담에서 풀어야 할 문제다.

남북관계 개선의 근본적 걸림돌인 북핵 문제의 진전을 위해서도 당국자 회담은 필요하다. 최근 한·미 정상은 북한에 관한 공동성명에서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합의했다. 또 북한에 대해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당국자 회담은 한·미 정상의 이런 입장을 북측에 설명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으로 모처럼 마련한 남북관계 개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조속한 당국자 회담 개최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