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국회서 발 묶인 의료한류 지원 법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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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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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1950~1960년대 한국의 젊은 의료진이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선진 의료기술을 배우고 온 적이 있다.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쳐 이제는 이종욱 펠로우십, 메디컬 코리아 아카데미(Medical Korea Academy)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각국의 의료진에게 의료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2009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약 100만명의 외국인환자가 한국에서 진료를 받았고 지난해까지 총 125개 의료기관이 미국·중국 등 19개 국가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의료기술·인력·의료시스템·제약·의료기기 등이 결합된 ‘패키지 진출모델’도 중동 등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영국·일본·대만 등 주요 국가는 보건의료산업 육성을 정부의 핵심 아젠다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11년 의료산업 육성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민관 합동 지원조직인 MEJ(Medical Excellence Japan)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 활동을 해 나가고 있다. 전세계를 상대로 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간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문제점을 타개하고자 노력해 왔다. 특히 의료수출을 위해 병원 해외진출 전문 펀드를 조성하고 관련 예산을 확대해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환자에 대한 불법 브로커 단속 실시, 정보제공 확대 등으로 의료한류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해 왔다.

 하지만 아직 국내 외국어 의료광고의 전면금지 등 불합리한 규제가 존재하고, 금융·세제·정보 제공·인력 양성 등 체계적인 지원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브로커에 의한 시장질서 왜곡, 치료후 사후관리 미흡, 의료통역 공급 부족 등의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년부터 국회에 계류 중인 근거 법률의 조속한 제정이 필요하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안’ 바로 그것이다.

 법안은 외국어 의료광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등 규제를 합리화하고 미등록 브로커와는 거래를 금지하는 등 시장상황 개선에 반드시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외국인환자 보호를 위해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토록 하고 진료 전 설명도 강화한다. 막힌 곳은 뚫어주면서 투명한 시장을 조성하는 것이 법안의 기본 취지다.

 국제의료사업 육성을 위한 강력한 지원대책도 포함돼 있다. 중소기업에 준하는 세제·금융지원을 할 수 있게 하여 좋은 프로젝트의 성공가능성을 높이고, 전문 인력에 대한 교육과 객관적인 검정도 해나갈 계획이다. 법안 발의 이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이 이루어졌고, 조속히 국회에서 심의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법안의 제정은 국내 의료체계를 지켜나가면서 해외의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의 확대는 보건산업, 관광, 항공, 건설 등의 분야에도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조속히 해당 법률이 통과돼 대한민국 의료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기원한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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