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통일도로’ 준비, 건설산업에도 돌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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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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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권제
한국도로공사 부사장

올해는 광복 70 주년이 되는 해다. 올 들어 사회 전반에서 통일이 화두가 되고 있다. 대통령께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강조하셨듯이 통일이 되면 북한은 물론이고 남한 또한 모든 산업에서 활로가 열리는 ‘대변혁의 시대’가 될 것이다. 통일시대가 가져다줄 이 같은 과실을 제대로 취하려면 무엇보다도 남북간 연결도로 준비가 시급하다. 한국 근대화와 산업화의 길을 활짝 열어젖힌 경부고속도로에서뿐만 아니라, 통일이 되기 훨씬 전부터 도로망 확충에 힘을 써 통일 이후 실질적 통합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인 통일독일의 예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도로를 미리 준비하는 일은 통일에 대비하고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교류·협력 사업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도로를 매개로 해서 경제교류의 통로를 넓혀 가면, 남과 북은 신뢰의 폭을 더욱 더 높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첫걸음은 남북 연결도로를 미리 설계해 놓는 일이라 생각한다. 도로는 계획에서 건설까지 평균 10년의 기간이 필요한데 미리 계획에서 설계까지 소요되는 4년을 준비한다면, 남북관계가 회복될 때 그만큼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경기침체로 어려워진 건설업계에는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최근 10년간 29세 이하 건설기술인력이 2005년 9700명에서 2014년 3900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니 앞으로 설계 기술인력의 질적·양적 저하 현상이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남북 연결도로를 미리 준비하는 일은 설계업체뿐만 아니라 건설업체들에게도 즐거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정부는 문산~남방한계선 7.8㎞ 구간에 대한 조사·설계를 진행하는 한편 서울~문산 35.6㎞ 구간 민자고속도로 건설사업은 2020년 개통을 목표로 연내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개성~평양간 고속도로 168㎞ 구간의 개·보수 방안과 문산~개성 19㎞ 구간 등 도로망 구축에 대한 조사·설계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철도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이는 남북경협 재개 시 사업의 신속한 추진과 위기에 놓여있는 설계업계의 연착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은 36년간의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자마자 6.25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만났다. 그리고 3년간의 전쟁으로 국토는 쑥대밭이 됐다. 그 나라가 지금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기적의 현장에는 대한민국의 건설인이 늘 함께하고 있었다. 건설인은 산이 버티면 터널을 뚫고, 강이 막으면 다리를 놓으며 도로를 만들고 국토를 개발했다. 통일은 어려운 상황을 맞은 건설인에게 다시 없는 기회다.

 하지만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이다. 도로가 통일한국의 경제·사회·문화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고 국내 건설산업의 돌파구로서의 제 역할을 수행한다면 미래 통일 한반도 시대에도 세계의 주역이 되는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박권제 한국도로공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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