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10억 … 없어 못 사는 점포겸용택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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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장지동 복정역 사거리에서 남한산성 방향 헌릉로변에 위치한 위례신도시 단독주택촌(D2-1블록). 이곳은 요즘 4층짜리 상가주택(1층에 상가가 있는 다가구주택) 공사로 분주하다. 주택촌 골목은 건축 자재를 실은 소형 트럭이 점령했다.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 집에선 임차인이 상가나 집을 구경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점포겸용택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주거와 임대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어서다. 저금리 기조 덕에 자금 조달도 쉬워 매수세가 줄을 섰다. 한편에선 거품이 끼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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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양가가 9억~18억원 선이었던 위례신도시 점포겸용택지에는 7억~10억원의 웃돈이 형성돼 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분양가가 15억원이었던 땅이 24억원에 계약됐다. 웃돈 호가(부르는 값)는 10억원짜리도 있다. 위례뿐 아니다. 경기도 김포시 한강신도시와 미분양 주택·아파트 용지가 많은 인천 영종지구 점포겸용택지에도 1억원대의 웃돈이 형성돼 있다.

주거·임대수익 한번에 해결
영종·김포지역도 1억원대
임대수익률에 비해 높게 형성
편법 전매 매물 많아 주의를

 위례에선 지난해 8월 이후 지금까지 일반분양 물량과 원주민 등에게 공급된 점포겸용택지를 합쳐 총 200여 필지가 거래됐다. 위례 전체 점포겸용택지의 30% 정도가 전매된 것이다. 한강과 영종에서도 전체 물량의 40% 정도인 각각 240여 필지, 300여 필지의 주인이 바뀌었다. 한강신도시 원공인 정민영 실장은 “일반분양 청약 낙첨자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꾸준하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는 잘 안 된다”고 전했다.

 점포겸용택지의 몸값이 뛰는 건 직접 입주해 살면서 월세로 한 달에 최고 수백만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위례에선 현재 1층 상가 임대료가 월 300만~400만원(보증금 1억원), 2~3층 투룸(1개 층에 2채) 임대료가 월 100만원(보증금 5000만원) 선이다. 지금 집을 짓는다면 4층에 본인이 입주하고도 손에 쥐는 현금이 한 달에 800만원 정도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금이 아닌 투자수익률로 따져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웃돈과 평균 5억~6억원 하는 주택 신축 비용 등을 고려하면 임대수익률은 높지 않다. 웃돈이 턱없이 높게 형성된 때문이다. 위례에선 웃돈과 건축비를 합쳐 20억~30억원을 들여야 하는데, 현재 형성된 임대료를 최대한 받는다고 해도 각종 세금·준조세·부대비용을 감안하면 임대수익률이 연 2%대에 그친다. 다른 공공택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투자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주택은 전·월세 선호도가 떨어지는 만큼 전세난이 안정되면 기대한 만큼 임대수익을 얻지 못할 수 있으므로 묻지마식 투자는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게다가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는 편법 전매 매물도 적지 않다. 일반에 분양된 점포겸용택지는 소유권이전등기까지 사실상 전매(명의 변경)가 안 된다. 소유권이전등기는 대개 분양 후 1~2년 뒤에 이뤄지는데, 등기 이전에 전매하려면 분양가 이하로 팔아야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웃돈은 현금으로 계산하고 계약서는 최초 분양가 그대로 쓰는 식의 편법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LH 판매보상기획처 관계자는 “일반에 분양된 점포겸용택지를 편법 계약했다 적발되면 당사자 간 전매 거래 자체가 무효가 되므로 현금으로 준 웃돈을 모두 날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점포겸용택지 중 등기 이전에 적법하게 거래할 수 있는 물건은 원주민에게 주는 이주자·협의양도인 택지뿐이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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