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500g으로 태어나 슈퍼 비닐봉지에서 목숨 건진 아기

중앙일보

입력

7개월 만에 태어난 미숙아가 슈퍼마켓 비닐봉지에 들어간 덕분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사연이 영국 텔레그래프에 의해 21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영국 남서부 데본시에 사는 섀론 그랜트(37)는 임신 28주 만에 딸 픽시 그리피스 그랜트를 조산했다. 의료진들이 뱃속의 픽시가 20주부터 더이상 정상적으로 크지 않는 것을 파악하고 그랜트에게 제왕절개로 출산하기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태어난 픽시의 몸무게는 불과 500g.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픽시는 불과 몇분만에 몸무게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생명이 위독해졌다.

의료진은 응급조치로 픽시에게 털모자를 씌우고 슈퍼마켓 테스코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비닐 봉투에 넣었다. 생명이 위독했던 픽시는 무사히 회복했고 이후 세 달 동안 인큐베이터에서 컸다. 엄마인 그랜드조차도 픽시가 태어난지 18일이 지나서야 처음 품에 안아볼 수 있었다.

생후 5개월이 된 지금 픽시의 몸무게는 3.4kg을 넘었다. 산소호흡기를 떼고 기나긴 병원 생활도 청산했다. "나의 태반과 탯줄이 픽시에게 제역할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하는 그랜트는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감기에 걸리면 다시 생명이 위독해지기 때문에 그랜트는 당분간 요정(픽시)같은 딸을 집에서만 머물게 할 예정이다.

미숙아를 비닐 봉투에 넣는 치료 방법은 아프리카 지역의 의사들이 고안해낸 방법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설명했다. 피부가 유독 얇아 체온이 급격히 낮아지는 미숙아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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