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잃은 바이든 “대선 불출마” … 꺼져가던 힐러리 대세론 재점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기사 이미지

조 바이든 부통령(왼쪽)과 장남 보 바이든 전 델라웨어주 검찰총장의 생전 모습. [중앙포토]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에서 대형 변수였던 조 바이든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불출마를 선언하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바이든 부통령 지지층이 클린턴 전 장관에게 몰리며 대세론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아들 뇌종양 사망 … “준비 안 됐다”
지지층 겹치는 힐러리 몰아주기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가족이 애도하는 과정에 있어 현실적으로 선거에 나설 기회가 닫혔다”며 “가족이 준비돼 있지 않은데 출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 부통령의 장남 보 바이든은 지난 5월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다”고도 밝혔다.

 그의 불출마 결정엔 출마할 경우 앞서 출발한 클린턴 전 장관의 벽을 넘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감안됐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이로서 바이든 부통령은 30세에 상원의원에 당선돼 1988년, 2008년 두 차례 대선에 도전했던 자신의 정치 경력을 부통령으로 마무리할 것임을 알렸다.

기사 이미지

 바이든 부통령은 그간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계속 얻어내면서 민주당 선거전의 숨은 폭풍이었다. 여야를 통틀어 ‘신뢰도 1위’를 기록했던 정치인인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목소리를 내 출마하면 골수 오바마 지지층이 가세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 때문에 브렌드 보일 하원의원 등 일부 당내 인사들은 “출마가 확실하다”며 외곽에서 출마설을 부추겼다. 그러나 바이든 부통령은 대선 대신 가족을 택했다. 불출마 선언에 앞서 자신의 가족사를 담은 TV 광고를 중단시켰다. 1972년 교통사고로 첫 아내와 아기였던 딸을 잃었던 아픔을 담은 감성적 광고였는데 선거에 이용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바이든 부통령의 불출마로 민주당 경선은 클린턴 전 장관 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각축전으로 정리가 됐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과 지지층이 겹치는 바이든 부통령의 불출마는 ‘클린턴 몰아주기’로 해석돼 클린턴 전 장관이 상승세를 타게 됐다. 워싱턴포스트·ABC 뉴스가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부통령을 포함한 민주당 주자들의 지지율은 클린턴 전 장관 54%,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23%, 바이든 부통령 16%다. 이중 바이든 부통령을 선택했던 응답자들에게 2차 선택을 해 재집계한 결과 클린턴 전 장관 64%, 샌더스 의원 25%로 나왔다. 바이든 지지자들이 대거 클린턴 전 장관으로 이동하고 샌더스 의원 쪽으로는 거의 움직이지 않아 클린턴 대세론이 굳어진다는 결과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