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5권 출간한 조앤 롤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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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제 비로소 자유를 얻은 느낌입니다. 5권까지 쓰면서 내내 마감시간에 쫓겼거든요. 앞으로 나올 6, 7권은 계약서에 정해진 마감시간이 없어요. 쉬어가며 편안하게 천천히 쓸 거예요."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시리즈의 5권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출간을 이틀 앞두고 영국 더 타임스와 인터뷰했다.

'해리 포터'란 소년의 용맹무쌍한 모험담을 담은 이 시리즈는 전 세계 소년.소녀 독자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지금까지 2백개국에서 55개 언어로 출판돼 1억9천만부가 팔렸다. 5권은 21일 0시 영어권 국가 전역에 배포된다.

내용의 사전 유출을 막기 위해 평론가나 출판전문가들은 물론 외국의 번역출판사들에게도 책이 전혀 배포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을 비롯한 비(非)영어권 국가 출판사들은 21일 책을 구해 번역을 시작해야 하므로 일러도 7월 초에 가야 책이 나올 것이다.

롤링을 세번째로 인터뷰한 더 타임스 출판전문기자는 이번에야 비로소 '행복한 작가'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전의 롤링이 다소 쫓기고 불안정한 모습이었다면 이번엔 아주 여유롭고 편안해 보였다는 것이다.

그것은 4권을 내놓은 이래 롤링의 삶이 많이 바뀐 탓이다. 이혼녀였던 롤링은 마취과의사와 재혼했고 하루 서너갑씩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둘째 아이를 낳았으며 스코틀랜드의 고도(古都) 에든버러에 훌륭한 저택을 마련했다. 재산도 3백억원대에서 5천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영국에서 1백22위, 여자로는 아홉번째 부자다.

그러나 롤링은 갑작스런 부와 명예를 오히려 거북해 했다. 롤링은 "부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고 명예로 인해 오히려 소외감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처음 책을 쓸 때 롤링은 아이 우윳값을 걱정했으나 이제 더 이상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선 행복해졌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엄청난 재산을 너무나 적은 고통만으로 얻었다는 점에서 죄책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너무 유명해져 기존의 인간관계가 바뀌고 매사에 남의 눈을 의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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