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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에서도 테임즈는 천하무적

중앙일보

입력

 
가을야구에서도 에릭 테임즈(29·NC)는 천하무적이었다. 플레이오프(PO·5전3승제)에서 야구 3박자인 '공격·수비·주루'를 완벽하게 보여줬다.

NC 4번타자 테임즈는 두산과의 PO 3경기에서 타율 0.556(9타수 5안타)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방망이가 뜨거웠다. 출루하면 호시탐탐 2루를 노려 두산 배터리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테임즈는 PO 3경기에서 도루 2개를 성공했다.

지난 18일 창원구장에서 열린 PO 1차전에서 첫 안타와 첫 도루를 기록했다. 상대 선발 니퍼트의 호투에 NC 타선은 꽁꽁 묶였다. 4회까지 삼자범퇴로 공격이 막히면서 공교롭게도 테임즈가 계속 선두타자로 나가게 됐다. 테임즈는 스스로 밥상을 차렸다. 5회 니퍼트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팀의 첫 안타를 뽑았다. 테임즈가 출루하자마자 2루를 훔치자 흔들린 니퍼트는 나성범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비록 후속 안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승리를 향한 테임즈의 노력이 엿보였다.

2-1로 승리한 PO 2차전에서는 수비가 빛났다. 7회 1사 1루에서 김현수의 1루 땅볼이 파울라인을 벗어나려는 순간 먼저 낚아채 김현수를 태그했다. 8회에는 홍성흔의 빗맞은 타구가 테임즈의 키를 넘어 우익선상 안쪽에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테임즈가 쫓아가 넘어가는 공을 악착같이 잡아냈다. 2-1, 한 점차로 앞선 9회에는 두산 정수빈의 라인선상 빠른 타구를 재빨리 낚아채 선두타자 출루를 막았다.

PO 3차전에서는 올해 유일한 흠이었던 '잠실공포증'도 날렸다. 시리즈 2승(1패)째를 따낸 지난 21일 잠실구장에서는 3타수 3안타·1타점·1득점·2볼넷·1도루로 100% 출루를 기록했다. 테임즈는 올해 유난히 잠실구장에서는 작았다. 잠실 16경기에서 타율 0.216(51타수 11안타)·2홈런·9타점이었다. 테임즈는 이날 가장 중요할 때 거침없는 타점 본능을 발휘했다. 1-2로 뒤진 3회 1사 주자 1·2루에서 적시타를 때려 2-2 동점을 만들어 PO 첫 타점을 기록했다.

테임즈는 올 시즌 최고의 타자다. 정규시즌 타율 1위(0.381), 홈런 3위(47개), 타점 2위(140개), 출루율 1위(0.497), 장타율 1위(0.790) 등 타격 주요 부문 상위권을 점령했다. 도루도 40개(5위)나 하면서 프로야구 최초 40홈런-40도루 기록을 세웠다. 박병호(29·넥센)·해커(32·NC)·양현종(27·KIA) 등과 함께 최우수선수(MVP) 후보에 올라있다. 당연히 포스트시즌 경계대상 1호다.

두산은 테임즈를 잡기 위해 수비 시프트를 준비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테임즈는 왼쪽으로 가는 타구가 거의 없다. 수비 시프트를 쓰겠다"고 했다. 두산은 테임즈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2루수 오재원과 유격수 김재호가 오른쪽으로 이동해 수비했다. 그럼에도 테임즈가 벼락같이 방망이를 돌려 당겨친 땅볼 타구를 잡아내지 못했다. 테임즈는 "정규시즌에서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자주 경험하면서 적응이 됐다"고 말했다.

원래 대형타자는 단기전에서 부진한 경우가 종종 있다. 상대 투수가 좋은 공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임즈는 지난해 LG와 준PO 4경기에서도 타율 0.313(16타수 5안타) 1홈런·2타점·3득점을 기록했고, 올해 가을에도 매서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김경문 NC 감독은 PO 1·2차전에서 테임즈를 향한 심한 견제를 염려했다. 그래서 4번 테임즈
뒤로 나성범과 이호준을 차례로 배치했다. 상대 투수가 테임즈와 승부를 피하면 나성범과 이호준에게 해결사 역할을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1·2차전에서 테임즈는 견제를 뚫고 안타를 쳐냈고 나성범과 이호준은 무안타였다. 3차전에서 원래 타순(나성범-테임즈-이호준)으로 나온 셋은 12타수 7안타, 3타점을 합작했다.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올 시즌 테임즈는 약점이 없는 완벽한 타자다. 잘 치고 잘 달리고 잘 막는 공·수·주가 전부 훌륭하다. 4번타자에게 유독 심한 상대 견제에 대한 해결방법도 스스로 찾아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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