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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클래식 강국 확인시킨 쇼팽 콩쿠르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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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0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21)씨가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1927년 시작해 5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쇼팽 국제 콩쿠르는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콩쿠르,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힌다. 특히 피아노 대회로는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다.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1955년 2위), 마우리치오 폴리니(1960년 우승), 마르타 아르헤리치(1965년 우승), 크리스티안 짐머만(1975년 우승), 윤디 리(2000년 우승) 등 숱한 거장들을 배출했다. 전 세계 피아니스트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이유다. 유독 한국인 연주자에게 문턱이 높아 2005년 임동민·동혁 형제가 공동 3위에 입상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특히 이번 수상이 의미를 갖는 것은 최근 국제 콩쿠르에서 약진하는 한국 연주자들에 대한 견제와 개최국 텃세 등을 뚫고 오직 실력으로 얻은 성과이기 때문이다. 조씨는 고등학생이던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 입상에 이어 이번 쇼팽 콩쿠르 우승까지 거머쥐면서 세계 음악계에 자신의 이름을 선명히 알리게 됐다. 심사위원들 역시 “더 이상 겨룰 연주자가 없었다” “프로야구 선수가 고등학교 선수와 게임하는 것 같았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입상으로 한국은 세계 3대 콩쿠르에서 모두 우승자를 내는 ‘클래식 강국’의 지위를 굳히게 됐다. 이번 수상이 조씨 개인의 영광을 넘어 클래식 음악계와 한국 문화의 쾌거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아이돌 K팝’ ‘K드라마’ 같은 대중문화의 ‘한류’와 함께 ‘클래식 한류’ ‘K아트’의 가능성도 입증해 보였다.

 그러나 음악계에서는 진정한 게임은 이제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수년간 국제 콩쿠르를 휩쓸면서 무서운 신예들을 속속 배출하고는 있지만, 이들이 프로 음악계에서 진정한 스타 연주자로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한국의 클래식이 국제 무대에서 진정한 음악적 실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인의 역량과 노력을 넘어선 ‘문화외교’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를 위해 국가 혹은 기업 차원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