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간 시진핑, 여왕과 황금마차 타고 버킹엄 동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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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일(현지시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함께 의장대 환영사열을 마친 후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엄궁까지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런던 AP=뉴시스]

20일 영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위해 가장 붉은 레드카펫을 깔았다.

왕실 레드카펫 극진 예우에도
인권·안보·해킹 등 암초 여전

  오전엔 찰스 왕세자 부부가 시 주석이 묵은 호텔로 찾아가 인사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환영식 후 시 주석과 함께 왕실 황금 마차를 타고 버킹엄 궁까지 동행했다. 남편 필립공은 시 주석과 근위대 사열을 함께했다. 이때 그린파크와 런던타워에서 103발의 예포가 울렸다. 영국 언론들은 “시 주석과 4박5일 간 맺을 합의가 100여 건인데 그에 맞먹는 숫자”라고 평했다. 여왕이 주재한 국빈 만찬엔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함께했다.

 이에 비해 영미권의 반응은 혼조세다. 중국 은 안보·인권적으론 논쟁적인 국가여서다. 시 주석이 넘어야할 일종의 암초다.

 ①인권=영국 BBC 방송이 시 주석을 가리킬 때 쓴 단어는 ‘스트롱맨(strongman)’이다. 실력자로도 독재자로도 번역되는 말이다. 권위주의 통치자란 의미다. 서방 시각으론 여전히 중국 인권 상황은 열악하다. 달라이라마를 거론만 해도 당국에 체포된다. 그 사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겐 “ 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거론할 것이냐”는 압박이 쏟아졌다. 결국 총리실은 19일 “모든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정가만의 풍경이 아니다. 시 주석의 행선지에선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 달라이라마와 친분이 있는 찰스 왕세자는 국빈만찬엔 불참한다. 뉴욕타임스는 “지나치게 대접한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노력”이라고 해석했다.

 ②안보=원전 건설은 영국엔 오랜 숙원이다. 투자자가 없어 10여 년 흐지부지인 채였다. 그러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이 중국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고 중국과 원전 프로젝트 주간사인 프랑스 에너지기업 EDF, 영국 간 사실상 합의에 이르렀다. 힌클리포인트에 지을 원전 지분의 33.5%를 중국이 투자하는 방식이다. 중국은 이후 영국에 자국 기술로 원자로를 짓겠다는 계획이 다. 당장 영국 정보 당국이 안보 위협이라고 경계했다. 중국이 원전 건설 과정에서 ‘트랩도어’(trapdoor·시스템 설계자가 고의로 만들어놓은 시스템의 보안 구멍)를 심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③해킹=중국이 2005년 자국산 레노보 PC에 원격접속이 가능한 백도어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 각국 정부가 레노보 금지령을 내린 일이 있다. AP통신은 “시 주석이 미국 에서 해킹방지를 약속했지만 중국은 아직도 미국 기업을 해킹한다”고 보도했다. 영국도 대상일 수 있다는 의미다.

베이징=최형규, 런던=고정애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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