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신동주, 아버지 데리고 서울대병원으로…롯데 "무단행위 도를 넘었다" 강력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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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을 위해 출타하는 신격호 총괄회장

롯데가(家)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아버지의 건강’을 검증하는 이슈로 흐르고 있다.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19일 아버지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데리고 서울대 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동생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중인 신 전 부회장이 후계자로 자신을 지지한다고 밝힌 아버지의 건강상태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받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40분 사이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운 채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벗어나 외출했다. 이 과정에서 총괄회장 비서진들이 행선지와 외출 목적을 물었으나 신 전 부회장은 알려주지 않았다고 롯데그룹은 전했다.

신 전 부회장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 측은 “서울대 병원에 가서 신 총괄회장님의 기본적인 건강 검진을 했다”며 “(신 총괄회장이)워낙 건강하다는 결과를 받았고, (업무)보고를 받고 싶다고 하셔서 오후 3시50분쯤 다시 호텔로 돌아오셨다”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그룹 측은 신 전 부회장 측이 신 총괄회장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사전 통보없이 무단으로 외출했다며 비판했다.

신 전 부회장은 앞서 지난 7월에도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에 알리지 않고 신 총괄회장을 비행기에 태워 일본 롯데홀딩스 본사로 안내했었다. 당시 일본에서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 등을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롯데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신동주 전 부회장을 비롯한 SDJ 코퍼레이션 측의 무단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총괄회장님을 목적 달성의 방편으로 활용하는 더 이상의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오전 내내 총괄회장님과 비서실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가 오후에 갑작스럽게 총괄회장님을 자신들의 경호 인력 등으로 에워싼 채 무단으로 모시고 나갔다”고 덧붙였다.

롯데 측은 “기존 비서실 인력을 차단한 채 병원으로 향했다는 것은 단순한 건강검진 차원이 아니라 총괄회장님을 또 다시 의도된 목적에 활용하려고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자식된 도리로 고령의 병약하신 어른을 내몰고 다니며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신 전 부회장 측은 즉각 대응 성명을 내고 “아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돌아오는 것이 무슨 무단행위이며, 도를 넘은 행위인지 롯데그룹에게 묻고자 한다”며 “롯데 측이 괜한 트집을 잡고, 상황을 호도함으로써 스스로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신 총괄회장이 병원을 가기 위해 직접 걸어나가는 사진을 찍어 공개했다.

한편 재계와 시장에서는 이번 롯데가 분쟁이 결과와 관계없이 롯데 전체의 이미지와 신뢰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실제 롯데에서도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의 뜻’을 전면에 내세움에 따라 해결책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17일 신 전부회장이 주선한 기자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한국이나 일본이나 풍습을 볼 때 후계자는 장남이 당연하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을 공개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도 “(롯데 경영권 분쟁이)아무 것도 아닌 일이다. 후계자가 누가 되는 거…나는 아직10년, 20년이고 더 일할 생각”이라고 말해 다시 한번 판단력 논란을 일으켰다. 이 발언만 보면 94세인 신 총괄회장이 110세가 넘도록 경영을 총괄하겠다는 뜻이어서, 과연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판단에서 나온 말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때에도 형제들이 아버지를 내세우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 양상으로 가고 있다”며 “하루빨리 업계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과 내용으로 사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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