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대신 YY로 호칭 … 자기 보너스 200만 달러 시간제 직원 나눠주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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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의 지나 차오 부사장이 몇 년 전 TV 인터뷰를 했을 때였다. 방송 뒤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인터뷰에서 양위안칭을 ‘회장’으로 부르지 않고 ‘YY’라 칭한 것을 아버지가 “무례하다”고 꾸짖은 것이다.

글로벌 혁신 기업인, 미래 50년을 말하다 <15>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
레노버 키운 건 ‘수평적 문화’
영업수완 뛰어났던 양위안칭
창업주가 37세 때 후계자 낙점

 하지만 부사장 잘못은 아니었다. 양 회장은 ‘중국식 권위주의’ 문화를 깨야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름 부르기’ 운동을 벌였다. 그는 “직급에 호칭을 붙이면 직급 높은 사람의 말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퍼지게 된다”고 말했다.

창업주 류촨즈(柳傳志) 회장은 영업수완이 뛰어난 양 회장을 지난 2000년 후계자로 지명했다. “더 잘하는 사람이 경영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양 회장의 나이 37세 때였다. 류 회장은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던 2009년 잠시 경영에 복귀하기도 했지만 2011년 이후론 경영 전반에서 손을 뗐다.

 양 회장은 회장 지명 직후 공식 취임에 앞서 매일 아침 회사 로비에서 이름표를 달고 직원들과 인사를 했다. 그 뒤로 자신의 영문 이름 머리글자인 ‘YY’를 별칭으로 얻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토종 브랜드인 레노버가 글로벌 업체로 자리 잡게 된 비결의 하나로 이 같은 ‘수평적 문화’를 꼽기도 했다.

 그에게 붙는 다른 별명은 바로 ‘킹 워커(King Worker)’다. 우리 말로 ‘연봉 킹’ 정도를 뜻한다. 3년 전에 양 회장 연봉이 1460만 달러(약 165억원)라는 게 알려지면서 생긴 칭호다. 당시 홍콩 상장사 대표 가운데 최고액이었다. 양 회장은 그해 자신이 받은 보너스 200만 달러를 20개국 1만 명의 ‘시간제 근무 직원’에게 나눠줬다. 이듬해에도 보너스 325만 달러를 직원들에게 돌렸다. 한 사람당 325달러 정도였지만 중국 직원 기준으론 한 달 월급 수준이었다.

 차오 레노버 부사장은 “회사 수장으로서 직원들 공을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 회장의 입사 초기 한 달 월급은 30달러였다. 지금은 레노버 지분 7% 대를 보유한 대주주이자 회장으로 도약한 그는 자신과 회사의 성공 방식을 이렇게 표현했다. “말한 것을 실천하라. 그리고 실천한 것을 책임지라.”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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