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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 "에로스는 우울증을 제압한다."

중앙일보

입력

"에로스는 우울증을 제압한다."

- 철학자 한병철, 『에로스의 종말』에서

『피로사회』로 이름난 저자의 이 신간을 읽고 있노라면 우울증과 에로스, 그리고 나르시시즘 사이의 함수관계 혹은 방정식이 과연 무얼까 생각하게 됩니다. 우울증과 에로스의 관계는 언뜻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를 떠올리게 합니다. 좀 단순무식하게 옮기면, 지금의 사회가 사랑에 빠지는 걸 힘들게(혹은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우울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사랑에 빠지는 게 힘들어서 우울해지는 것인지 하는 거죠. 저자의 표현을 빌면 이렇습니다.

“우울증은 사랑의 불가능성을 의미한다. 또는 불가능한 사랑이 우울증을 낳는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라고 할 만한 나르시시즘에 대한 저자의 말을 더해볼까요. "우울증은 나르시시즘적 질병이다." "우울증을 낳는 것은 병적으로 과장된 과도한 자기 관계이다. 에로스는 타자를 타자로서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이로써 주체를 나르시시즘의 지옥에서 해방시킨다." 음… 닭과 달걀, 에로스와 우울증의 무한반복에서 벗어나려면 일단은 나르시시즘(저자에 따르면 '자기애'와는 다른)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네요.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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