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벗어났나 … H지수 ELS 기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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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항생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이 다시 등장했다. H지수 급락과 기초자산 쏠림현상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지 한달여만이다.

중국 본토· H지수 폭락하면서
판매 중단된지 한달 만에 등장
“많이 떨어진 지금이 투자 적기”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16일까지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활용한 3개 ELS 상품의 청약 접수를 받는다. H지수와 함께 코스피200, S&P500, 유로스톡스50 지수 중 2개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예상수익률은 연 6~9.1%이다. 녹인(Knock-in·원금손실)은 H지수가 가입당시의 45~55%로 떨어지면 발생한다. 신한금융투자도 같은 날까지 H지수를 활용한 ELS 상품 5개를 판매한다. 5개 상품 모두 H지수·S&P500지수·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녹인 조건이 없는 노(No)녹인 상품이다. 수익률은 조기상환 조건에 따라 연 6~10%로 다양하다. 대우증권도 15일까지 H지수가 포함된 세 종류의 ELS상품을 판매했다. 다른 증권사도 H지수 기반의 ELS 상품을 재출시하기 위해 상품 개발을 진행중이다.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본토 우량기업을 구성종목으로 하는 지수다. 코스피200, S&P500, 유로스톡스50 등 지수와 함께 최근까지 ELS의 단골 기초자산으로 애용됐다. 지난 6월말 현재 전체 ELS 발행잔액의 38%에 달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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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지난 5월과 6월 상하이종합지수 등 중국 본토지수와 함께 H지수가 급락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1만4962.74까지 치솟으면서 1만5000선 돌파를 눈앞에 뒀던 H지수는 9월4일 장중 9058.54까지 추락했다. 올 봄에 H지수 기반의 ELS에 가입했던 고객에게는 녹인 발생의 공포가 현실화할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되자 금융당국이 H지수 기반의 ELS 판매에 제동을 걸었다. “파생상품 기초자산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이유와 함께였다. 권고 형태였지만 증권사는 모두 이를 받아들여 지난 9월초부터 H지수가 포함된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이 때문에 올 초 월 9조원에 육박했던 ELS 발행규모는 9월에 3조608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에 가입해도 괜찮을까.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 같다는 게 증권업계의 조심스런 입장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지금이야말로 H지수 기반 ELS 투자의 적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H지수가 고점 대비 많이 떨어진 상태라 추가 하락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게 이유다. 실제 H지수는 1만선 초반에 머물러 있다. 15일 종가가 1만552.93였다. ELS상품의 주종인 스텝다운형은 기초자산의 가입시점 대비 하락폭에 따라 조기상환 또는 녹인 여부가 결정된다. 녹인 조건이 45~55%인 NH투자증권 상품에 녹인이 발생하려면 H지수가 대략 4500~5500으로 떨어져야 한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시나리오다. 물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H지수는 2008년10월 4792.37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한 증권업체 관계자는 “ELS는 지수가 낮을 때가 투자 적기인데 당국의 규제 때문에 H지수가 바닥권이었던 지난달에는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며 “하지만 지금도 지수가 많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지금 투자해도 투자 위험도가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LS 투자위험을 줄이려면 예상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조기상환 조건이 낮고, 녹인 구간이 낮은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이 경우 예상수익률도 덩달아 낮아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고위험 상품보다는 손실을 피할 가능성이 커진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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