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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제임스 후퍼의 비정상의 눈

난민은 인도주의적 과제 … 전쟁 겪은 한국도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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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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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후퍼
JTBC ‘비정상회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전 출연자

최근 몇 년간 안정적인 삶과 보호를 위해 유럽을 향하는 사람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의 많은 나라에선 현재 복지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긴축이 계속되고 있으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2015년 상반기에만 유럽으로 옮겨 간 난민이 35만 명이며 집계되지 않은 숫자를 합치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독일 정부는 올해 독일에만 80만 명의 난민이 수용될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유럽은 특수 상황이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집단 이주를 겪고 있다. 불미스러운 과거의 모습이 반복되는 것은 둘째 치고, 많은 유럽 국가가 현재 상황에 대해 노골적인 무관심을 드러내는 것은 슬픈 일이다. 역사상 가장 잔인한 전쟁이 만들어냈던 지난번 대규모 이민을 겪으며 얻었던 중요한 교훈을 우리는 잊고 만 것일까? 바로 보편적 인간애가 그것이다.

 실제 1930~40년대 대규모 난민 이주는 나치 독일의 외국인 혐오증과 두려움, 증오가 이유였다. 어찌 보면 EU가 만들어진 이유도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지 않은가. 사람의 겉모습이 다르다고 차별하고 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일부 국가에선 난민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언어를 쓰는 지도자가 적지 않다. 이런 언어 폭력은 난민을 똑같은 인간으로 여기는 것을 막고 무관심과 증오, 분열을 부추길 가능성마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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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편적 인류애를 마음속에 품고 있는 사람은 난민들이 처한 상황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왜 고향을 떠나 길고도 위험한 유럽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시리아의 국민은 혹독한 독재 정부와 여럿으로 나누어진 반군, 극단적 종교 무장 단체들이 서로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생명이 극도로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 폭력과 학살이 전에 없이 끔찍한 수준으로 이뤄지면서 수많은 국민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했지만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웃 국가들에 마련된 허술하기 짝이 없는 난민 캠프는 이미 400만 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으로 넘쳐나고 있다.

 이들이 언젠가 다시 고향 땅을 밟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포기한 채 안전이나마 보장받고 미래에 대한 실낱 같은 기대를 품을 수 있는 곳은 그나마 가까운 유럽이다. 우리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6·25전쟁을 겪은 한국인들은 누구보다 이를 잘 이해할 것이다.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

제임스 후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