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 인사혁신처장 “공무원들 책 읽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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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읽어야 할 권장도서 50권이 이달 중 선정된다. 김진수 인사혁신처 인재개발국장은 “현재 인문학회 관계자 등 20명가량의 전문가들이 심의를 거쳐 정치적 색을 배제한 권장도서 목록을 추리고 있다”며 “각 부처 장·차관들이 선배로서 후배 공무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들도 포함될 예정”이라고 13일 말했다. 권장도서 선정은 공직자가 갖춰야 할 공직관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도록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목민심서』 등 권장도서 이달 선정
독후감 쓰기로 승진에 반영 검토

 인사처는 올해 50권을 우선 선정하고, 내년까지 50권을 추가해 권장도서 100권 목록을 발표할 계획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현재까지 『목민심서』 『난중일기』 『열하일기』 『장자』 『논어』 『군주론』 『국부론』 『오디세이』 등 동서양 고전이 주로 포함됐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꼽히는 『제2의 성』 등은 목록에 올랐다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우려해 빠졌다”고 말했다.

 특히 승진 대상자의 이수 교육에 권장도서 읽기가 포함된다.

김 국장은 “신임 사무관·과장·국장 교육과정에 권장도서를 한두 권씩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게 하는 식의 과제를 주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처는 권장도서를 읽으면 업무 관련 교육 이수 시간(현재 5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 매년 80~100시간) 중 일부를 인정해 주거나 공무원 시험에서 권장도서 내용을 지문으로 출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권장도서 선정과 읽기는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의 제안이다. 이 처장은 “많은 공무원을 만나 봤지만 책을 너무 안 읽는다. 신문도 얼마나 읽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공직 안팎의 반응은 엇갈린다. 박천오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익에 앞장서야 하는 공무원으로서 공직 윤리를 실천하고 사명감을 갖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선 “다 큰 어른에게 독후감까지 쓰라면서 독서를 사실상 강제화하는 게 말이 되느냐. 직무지식 채우기도 버거운데 교양을 쌓으라는 건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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