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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하스 지옥서 구해낸 아들 하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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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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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팀을 1점 차로 간신히 이긴 미국팀 선수들이 우승컵을 앞에 두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우승컵 뒤가 미국팀 캡틴 제이 하스, 오른쪽이 제이 하스의 아들 빌 하스다. [인천=김성룡 기자]

배상문과 빌 하스(33)의 프레지던츠컵 마지막 싱글매치를 미국 캡틴인 제이 하스(62)가 초조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빌 하스는 제이 하스의 아들이다. 아들 하스는 이번 대회에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와일드카드로 아버지가 뽑았다. 자력 출전을 하지 못한 선수 중 빌 하스가 가장 점수가 높긴 했지만 ‘아들을 뽑는다’는 뒷말이 없지는 않았다.

 와일드카드로 뽑힌 선수는 부담감이 더 크다. 아버지가 뽑은 선수는 더 할 것이다. 이번 프레지던츠컵에서 전날까지 하스는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둘째 날 포볼 경기에서는 졌고 10일 포섬에서는 배상문을 상대로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맞아 무승부를 기록했다.

 아버지 하스는 마지막 날 싱글매치에서 아들을 맨 마지막에 넣었다. 많은 걸 바란 건 아니다. 강한 선수들을 앞에 넣어 기선 제압을 하고 일찌감치 경기를 끝내겠다는 작전이었다. 반면 인터내셔널팀은 뒤쪽에 강한 선수들을 배치해 역전을 노렸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한 배상문이 그 중 하나였다.

 미국은 초반 여러 매치에서 앞서다 약속이나 한 듯 선수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패색이 짙었다. 배상문도 경기를 매우 잘 했다. 빌 하스가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는 배상문을 상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아버지 하스의 안색이 매우 어두웠다. 미국이 쉽게 이기던 프레지던츠컵에서 17년만에 패하는 캡틴이 될 위기였다. 그것도 자신이 뽑은 아들 때문에 졌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들이 잘 버텼고 이겼다. 그리고 아버지와 긴 포옹을 했다.

 하스 캡틴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20년 전인 1995년 라이더컵에서 무명선수에게 져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는데 오늘 아들이 나 대신 빚을 갚았다”고 말했다.

 프레지던츠컵에 부자가 함께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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