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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근영의 오늘 미술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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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뉴욕 록펠러 센터 앞에 세운 우고 론디노네의 돌 조각 `Human nature’. [사진 James Ewing]

북미 원주민 이누이트족은 큰 바윗돌을 쌓아 올려 이정표 삼았다. 이누슈크라 부르는 이 거석은 탑 모양 혹은 사람 형상을 하고 있다. 돌이야 오랜 세월 그대로 돌이었을 텐데, 눈코입도 없는 거기서 사람을 찾는 것은 보는 이가 외로워서였을 게다. 첩첩산중 고립무원의 자연 속에서 이전의 누군가가 쌓아둔 이누슈크를 만나면 안도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옛 조상들이 마을 어귀에 세워둔 돌탑이나 장승도 나그네에겐 그랬겠다.
스위스 조각가 우고 론디노네(51)는 2013년 뉴욕 록펠러 센터 앞에 평균 키 3.6m의 거석 9점을 세웠다. 돌들은 오랜 세월 크고 작은 자극을 미욱한 듯 넘겼을 거다. 제 일에 골몰해 바삐 오가는 도시인 또한 저마다 혼자다. 시간을 담은 거석들이 거기 그대로 서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11일까지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 전시장에서 5점을 만날 수 있다.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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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온 석상들 앞의 우고 론디노네. [사진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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