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대신 황의조, 쿠웨이트 옆구리 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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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

선수를 발굴하는 능력이 탁월해 ‘족집게’로 불리는 울리 슈틸리케(61) 축구대표팀 감독이 공격수 황의조(23·성남)를 주목하고 있다. 부상으로 낙마한 1992년생 동갑내기 손흥민(토트넘)의 빈자리를 메우는 중책을 맡길 예정이다.

부담 큰 월드컵 예선 원정경기
이기면 사실상 G조 선두 굳혀
오늘밤 11시55분 JTBC 단독 중계

 8일 밤 11시55분 쿠웨이트시티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원정경기는 조별리그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승부다. 한국과 쿠웨이트가 나란히 3연승을 거둔 가운데 골득실(한국 +13, 쿠웨이트 +12)에서 앞선 한국이 간발의 차로 1위다. ‘중동의 복병’ 쿠웨이트를 원정에서 잡으면 G조 선두 자리를 사실상 예약한 상태에서 남은 일정을 부담 없이 치를 수 있다.

 슈틸리케호는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좌우 날개를 잃었다. 손흥민과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이 각각 족저근막염과 발목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빠졌다. 그럼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두 선수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고 23명 엔트리 중 21명만으로 쿠웨이트전을 치르기로 했다. 대표팀 내 나머지 공격 자원의 잠재력을 믿고 내린 결단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준비 중인 ‘플랜B’의 중심에는 황의조가 있다.

 황의조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3골을 터뜨려 아드리아노(서울)·김신욱(울산·이상 14골)·이동국(전북·13골) 등 쟁쟁한 골잡이들과 득점왕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2010년 유병수(당시 인천) 이후 5년 만의 토종 득점왕 후보로도 기대를 모은다. 지난달 초 라오스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이후 소속팀에 복귀해 4경기에서 3골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두 번의 A매치에서 황의조는 최전방 공격수로 후반 교체 출장했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쿠웨이트전에선 날개 공격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움직임이 좋은 황의조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려는 슈틸리케 감독의 결정이다. 지난 4일 열린 성남과 인천의 K리그 33라운드에서 황의조는 후반 37분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성남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축구대표팀의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와 박건하 코치는 활짝 웃었다.

 황의조는 성남 유스팀 풍생중과 풍생고에서 성장했고, 연세대를 거쳐 프로 무대를 밟았다. 청소년대표팀부터 A대표팀까지 엘리트 코스도 두루 거쳤다.

 황의조는 ‘독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풍생고 시절엔 성남의 홈경기 때마다 볼보이 역할을 자청해 프로선수들의 플레이를 눈여겨봤다. 프로 데뷔 이후엔 매일 팀 훈련 뒤 50개씩 슈팅 연습을 했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황의조는 재능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는 선수다.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창의적인 경기에 잘 어울린다”고 칭찬했다. 한국-쿠웨이트 경기는 JTBC가 독점 생중계한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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