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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못 말리는 에어프랑스 노조, 경영진 옷 찢는 등 행패

중앙일보

입력

경영난에 허덕이는 에어프랑스가 직원 2900명을 해고하는 계획을 추진하자 노조가 회사를 습격해 경영진을 폭행했다. 5일(현지시간) 노조의 공격을 받은 회사 고위 임원들이 옷이 찢어진 채 담을 넘어 도망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건은 이날 오전 프랑스 파리 북부 로아시의 에어프랑스 건물에서 발생했다. 프레데릭 가제 최고경영자(CEO)는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한 구조조정안을 결론내기 위한 간부회의를 열었다. 사측은 비용 절감을 위해 2017년까지 조종사 300명, 승무원 900명, 직원 1700명 등 총 2900명의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할 예정이었다. 회사 임직원 중 5%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회의 시작 한 시간도 안돼 노조원 수백 명이 건물로 난입했다. 회의장을 장악한 이들은 해고안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과 확성기를 들고 “이곳은 우리의 고향이다”라고 외쳤다. 가제는 노조원들을 피해 회의장을 떠났지만 피에르 플리소니에르 부사장과 인사 담당 임원 자비에르 브로세타는 노조원들의 공격을 받았다. 두 사람은 셔츠와 자켓이 갈가리 찢긴 채 뛰쳐나가거나 담을 넘어 도망쳐야 했다.

에어프랑스 측은 “폭력 사태를 일으킨 책임자들에 대해 형사 고발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와 노동계도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마뉘엘 발스 내무장관은 이날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에어프랑스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알랭 비달리 교통장관은 “에어프랑스의 해결책을 찾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노조를 비난했다. 프랑스 2대 노조인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 로랑 베르거 사무총장도 “"품위 없는 행동이며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1933년 설립돼 임직원이 5만2000명에 이르는 에어프랑스는 유럽 최대 항공사다. 그러나 중동 항공사들과 유럽 저가 항공사들의 공세에 밀리면서 2012년부터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적자 규모만 5억3500만 유로(약 7000억원)에 달한다.

에어프랑스는 최근 3년간 명예 퇴직 형식으로 총 5500명을 감원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지난주 연봉 25만 유로(3억3000만원)를 받는 조종사들에게 봉급 인상 없이 1년에 100시간을 추가 비행할 것을 요구했지만 조종사들의 반대로 결렬되자 사측은 대규모 해고에 나설 계획이었다. 에어프랑스 주식 17.6%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는 “변신하지 않으면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개혁 추진을 촉구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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