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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달콤한 맛 한국인도 사로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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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현대백화점 판교점 식품관에 있는‘몽상클레르’ 매장. 이곳엔 주말을 맞아 색다른 해외 케이크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프리랜서 김정한

해외 디저트 열풍  미국 TV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을 보면 주인공 캐리와 미란다가 뉴욕 거리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과 컵케이크를 들고 이야기를 나눈다. 입에 크림을 묻히며 먹는 모습을 보며 ‘나도 뉴욕에 가면 저 컵케이크를 꼭 먹어봐야겠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젠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지 않아도 국내 대형 백화점과 거리 곳곳에서 해외 유명 디저트를 그대로 맛볼 수 있다.

“일본에 출장 갈 때마다 치즈케이크를 혼자 먹어 미안했는데 이제는 바로 사서 집에 있는 가족과 함께 먹을 수 있어 기뻐요.” 지난달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관 파블로 매장 앞에서 만난 김현철(36)씨는 20분간 줄을 서고 케이크를 사갔다.

 최근 대형 백화점과 상점 풍경이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과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 사람이 모였던 종전과 달리 해외 디저트를 구입하기 위한 소비자가 늘면서 지하 1층 식품관에도 이른 아침 시간부터 많은 사람이 찾는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봄 정기세일 기간 중 조각케이크, 푸딩, 마카롱 같은 유럽 디저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늘었다. 롯데백화점 본점엔 지난해부터 해외 디저트 브랜드만 6개가 입점했다. 올해 상반기 디저트 상품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늘었다.

오바마 빵·미국 드라마 속 컵케이크

소비시장의 혹한기라고 불리는 요즘, 사람들이 이처럼 얇아진 지갑에도 해외 디저트에 돈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기 요인으로 해외 디저트에 담겨 있는 스토리를 꼽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장우석 식품팀장은 “사람들은 디저트를 통해 ‘맛’에 대한 경험을 찾는다”며 “내가 해외에서 어렵게 찾아가 먹어보았거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디저트에 대한 이미지를 맛을 통해 다시 한번 즐긴다”라고 말했다.

 국내에 소개된 해외 디저트는 유명 디저트의 레시피를 비슷하게 따라 하는 수준이 아니다. 현지 매장에서 만든 디저트를 냉동시켜 본연 그대로의 맛을 국내에 바로 판매하는가 하면, 오리지널 레시피와 현지 식재료를 공수해 와 현지 맛을 재현하는 매장도 있다. 해외에 가야만 구할 수 있었던 이색 디저트를 가까운 동네에서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브랜드의 노력은 현지에서 맛보았던 소비자의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동시에 맛에 대한 만족감을 준다. 해외 유명인이 즐겨 먹는 음식을 직접 먹어보길 원하는 사람도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를 방문할 때 먹어서 유명해진 캐나다 디저트 브랜드 비버테일즈 매장을 찾은 김종성(30)씨는 “오바마 대통령이 먹었던 빵을 먹으니 마치 내가 오바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SNS에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자랑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국내에 첫 번째 매장의 문을 연 매그놀리아 베이커리도 같은 이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들이 본 매장의 컵케이크를 먹는 장면이 세계 여성들의 눈길을 끌면서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컵케이크를 먹으려는 여성이 매장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고열량·저영양 디저트 삼가야

요즘 소비의 흐름이 그때그때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열풍의 또 다른 이유다. 한국트렌드연구소 박성희 책임연구원은 “초콜릿이나 케이크와 같은 달콤한 디저트가 현대인에게 빡빡한 일상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며 “고가의 해외 프리미엄 디저트지만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에 다른 생활비를 아껴서라도 사먹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해외 디저트 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이승신 교수는 “단순히 브랜드만 보고 고가의 디저트를 소비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디저트는 식품이기 때문에 열량과 영양적인 부분까지 모두 고려해 꼼꼼히 따져 소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디저트는 단순당, 트랜스지방 등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 영양분은 적으면서도 칼로리는 높은 식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기영 교수는 “이러한 식품을 과하게 섭취하면 소화와 대사 과정에서 필요한 효소와 비타민, 미네랄을 인체 내에 저장된 것에서 빼앗아 와야 한다”며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주지는 못하면서 오히려 고갈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 사진=프리랜서 김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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