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모른 에이즈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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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로 인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상습 절도범에게 법원이 치료감호 처분을 내렸으나 국내 치료감호소에는 에이즈 치료 시설이 전혀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黃贊鉉부장판사)는 18일 두 차례에 걸쳐 남의 집 안방에 침입해 장롱에서 현금과 패물 등을 훔친 혐의로 구속기소된 朴모(26)씨에 대해 치료감호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신감정 결과 朴씨가 에이즈로 인한 뇌질환으로 사물 변별 및 의사 결정 능력이 없고, 이전에도 절도 전과가 있는 등 재범 우려가 있어 치료감호에 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朴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에이즈 지정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이기 때문에 아무 대책없이 치료감호소에 보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즉각 항소했다.

실제로 충남 공주시에 있는 국내 유일의 치료감호소는 에이즈는 물론 다른 법정 전염병 환자도 수용된 전례가 없다.

감호소 관계자도 "朴씨가 치료감호소에 오더라도 딱히 치료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난감해했다.

◇치료감호=심신장애자나 마약사범 등이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을 때 병이 완치될 때까지 치료감호소에 수용해 치료받도록 하는 제도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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