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한 청와대의 포문은 박근혜 대통령이 뉴욕에서 돌아온 지난달 30일 불을 뿜었다. 하지만 청와대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김무성-문재인 대표의 ‘부산 회동’ 직후 청와대 차원의 반론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홍보·정무 라인에서 반박 논리와 형식을 미리 고민해 왔다”고 전했다. 김 대표와 문 대표가 만나 ‘안심번호 활용 국민공천제’ 도입에 사실상 합의한 추석 연휴 때부터 청와대의 심기가 불편했고, 이에 따라 김 대표를 작심 타격했다는 뜻이다.
‘안심번호 공천’에 민감한 반응 왜
공천권 내줬던 친이계 쇠퇴 교훈
국회에 ‘친박 보강’ 필수로 인식
안종범·신동철·안봉근·천영식 등
출마 예상 명단 정치권에 떠돌아
청와대가 국민공천제에 민감한 이유는 뭘까. 친박근혜계 의원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대표의 안심번호 경선 구상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계획을 통째로 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로선 현 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내년 총선에서 박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의원들을 확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몰린 대구·경북(TK) 지역 등에서 ‘정권 친화적인 인사들’을 보강하는 게 필수라고 본다. 한마디로 친박계의 증식이 절실한 셈이다. 이미 국회 주변에선 “청와대가 내년 공천 때 전·현직 청와대 참모 10~16명을 꼭 챙길 것”이란 소문과 함께 명단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청와대의 안종범 경제수석·신동철 정무비서관·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등이다. 모두 대구 출신이다. 최상화(사천-남해-하동)·전광삼(대구 북갑) 전 춘추관장도 지역구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엔 우병우 민정수석의 고향(경북 영주) 출마설도 나온다.
반면 김 대표가 제시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은 일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로 후보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공천에서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마음)’이 작용할 공간이 사라진다. 친박계 핵심 인사는 “그걸 알면서도 김 대표가 야당 대표와 안심번호 공천에 합의해 깜짝 발표한 건 일종의 ‘하극상’”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 측은 항변한다. 김 대표의 조치는 총선 승리를 위한 것일 뿐 대통령 견제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옛날식으로 나눠먹기 공천을 하면 당이 망한다. 그럴 거면 차라리 나를 (대표직에서) 쳐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핵심 측근은 “김 대표로서도 전략공천으로 자기 사람을 왕창 심어 당을 장악하는 게 대선후보 경선을 위해서라면 더 좋을 것”이라며 “그걸 포기하고 ‘100% 상향식 공천’으로 당 승리를 견인해 보겠다는 진심을 몰라주니 김 대표가 억울해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계는 이런 논리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다. 임기 반환점(지난 8월 25일)을 돈 상황에서 여당 내 입지를 잃고, 임기 말 업적 관리에 실패하고, 퇴임 후 정치적 평가절하까지 당한 전임 대통령들의 잔상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이다. 직전의 이명박(MB) 전 대통령도 2012년 총선 때 공천권을 박근혜 당시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넘긴 결과 친이명박계는 당내 소수파가 됐다. MB 정부 고위 인사는 “당시 박 위원장과 관계가 좋았던 이상득 당시 의원 등이 공천권을 넘기는 데 찬성했다”며 “하지만 레임덕(권력누수현상)만 가속화됐다”고 회고한다. 박 대통령이 공천권을 쉽게 놓기 힘든 이유다. 윤여준 전 의원은 “공천 때 자기 사람을 심는다는 비난 여론이 크겠지만, 그래도 사람을 심는 게 국정운영에 효율적이라고 믿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글=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