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시서 ‘택배폭탄’ 테러 … 17차례 폭발 최소 7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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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시 류저우시에서 발생한 연쇄 폭발로 무너져 내린 주택가 건물. 공안 당국은 사회에 불만을 품은 테러범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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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중국 서남부 광시좡족(廣西壯族) 자치구에서 테러로 추정되는 연쇄 폭발이 열일곱 차례 이상 발생했다. 이 폭발로 1일 0시 현재 최소 7명이 숨지고 50여 명 이상이 부상했다. 실종자도 2명 발생했다.

소수민족 좡족 자치구서 발생
지방 정부청사·교도소·터미널 등
오후 3~5시 택배 상자 연쇄 폭발

당국 “치밀하게 사전준비된 정황”
33세 남성 용의자 체포해 조사

 이날 사고는 중국의 국경절(건국기념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 일어난 것이어서 정치적 동기에 의한 테러란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실제 중국 당국은 국경절을 앞두고 중국의 통치에 불만을 품은 분리 독립운동 세력의 테러 가능성을 우려해 중국 전역에 경계령을 내린 상태였다. 폭발이 일어난 장소 또한 지방 정부 청사와 교도소, 쇼핑센터, 버스터미널, 병원 등 공공장소가 대부분이어서 불특정 다수 군중의 인명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현지 공안당국은 이날 밤늦게 용의자인 33세 남성 웨이(圍)모를 체포하고 조사에 나섰다. 웨이는 과거 의료분쟁에 불만을 품고 병원에 대한 테러를 감행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이번 연쇄 폭발은 의료분쟁과는 무관한 테러로 보인다고 공안 당국이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광시자치구 류저우(柳州)시 류청(柳城)현에서 이날 오후 3시15분부터 5시까지 17곳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현지 당국자에 따르면 “폭발이 일어난 곳을 조사해보니 대체로 택배 상자에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명백한 중대 형사 범죄 사건으로 규정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폭발이 일어난 슈퍼마켓의 사장은 “지방정부로부터 폭발 사고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택배 물건을 조사하다가 폭발물을 발견해 직원들을 모두 대피시킨 뒤 10분 후에 택배 화물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당국은 사건 관련성이 의심되는 택배물 60여 개를 수거해 폭발 위험을 제거한 뒤 혐의점을 조사 중이다.

목격자들은 연쇄 폭발로 인해 주변 차량들이 상당수 파손되고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교도소 등 공공 건물 이외에 슈퍼마켓, 병원, 보건소, 기숙사 등에서도 폭발이 일어났다. 사망자 7명 중 5명은 폭발 현장에서 즉사했고 2명은 병원으로 이송 중 숨졌다.

중국 당국은 이날 밤 공안 담당 고위 간부를 현지로 급파하는 한편 관련 사건의 보도를 통제하고 인터넷에서도 기사를 모두 삭제했다. 국경절을 앞두고 발생한 연쇄 폭발로 불안감이 커지면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공안 당국은 이날 사고가 중국 국경절을 하루 앞두고 발생했으며 치밀하게 사전 준비된 테러란 정황을 중시하고 있다. 사고가 난 류청현은 광시 자치구의 중부에 있는 인구 40만 명의 소도시로 좡족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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