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법원, 변태 성관계 요구 남편에 혼인파탄 책임…"위자료 5000만원 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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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적인 성관계를 요구한 남편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남편 A(39)씨와 아내 B(32)씨는 2009년 말 한 클럽에서 만나 1년여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B씨의 신혼생활은 A씨의 강압적인 성관계 요구로 점점 힘들어졌다. 결혼 전에도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성관계로 B씨는 힘들어했다. 혼인신고를 계속 미루게 됐다.

그러던 결혼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A씨는 만취 상태로 집에 들어와 여지없이 강압적인 부부관계를 하려했고, B씨가 도망치자 A씨는 속옷만 입은 채로 B씨를 뒤따라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 B씨는 인근 파출소에 피신했다가 실신해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A씨는 아내에게 부부관계에 다른 사람을 끌어 들이자는 변태적인 성행위 제안까지 하는 등 줄기차게 B씨를 괴롭혔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 1년이 채 못 돼 별거에 들어갔다.

A씨는 별거 직후 “B씨가 결혼 전 우울증 병력을 숨겼고, 결혼 뒤 예전에 사귀던 남자친구와 임일을 주고받는 등 혼인 파탄의 책임이 B씨에게 있다”며 자신이 쓴 신혼여행 경비와 주거비 등 3300여만원과 위자료 7000만원을 요구하는 이혼 소송을 냈다. 이에 B씨도 “혼수와 예당에 쓴 비용 합계 5200여만원과 위자료 7000만원을 달라”고 맞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두 사람의 사실혼 관계 파탄의 책임이 A씨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원고는 피고가 원치않는 형태의 성행위를 집요하게 지속적으로 요구해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공했다”며 “부부 사이의 신뢰와 애정을 심각하게 손상시켰으므로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탄 원인과 책임 정도, 사실혼 지속기간, 나이, 경제력 등 을 감안해 위자료로 5000만원을 정했다. 다만, 결혼식과 예단 비용, 주거비 등을 돌려달라는 양쪽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쪽 모두 혼인의 의사로 결혼식을 올리고 1년여 동거해 사실혼이 성립했으므로 서로 준 예단과 예물은 상대방 소유로 귀속된다”고 제시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이은애) 역시 1심과 같은 판단으로 양쪽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의 교제기간에 비추어 원고가 피고의 우울증 치료 사실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전 애인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사실만으로 사실혼 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파탄의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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